[타란티노와 한국] 정창화 감독 열혈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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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가게 점원 시절부터 동양 액션물의 광적인 팬으로 알려진 타란티노의 데이터베이스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는 인터뷰 도중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회고전이 열렸던 정창화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정감독이 홍콩에서 만든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면서 "미국에서 개봉된 첫 쿵후영화"라고 주석까지 달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기자에게 낯선 한국 출신 무협감독 '황 펭(Hwang Feng, 황정리 감독을 가리키는 듯)'이 홍콩 골든하베스트에서 만든 'When Taekwondo Strikes''Ladywhirlwind'같은 작품을 거론하며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안젤라 마오(이소룡 영화에 곧잘 등장한 여배우)가 한국인과 협력하는 중국인으로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쯤되면 일본 액션스타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한 소니 치바나 '공작왕''소림무사'등 숱한 홍콩영화에 나왔던 유가휘를 '킬 빌'에 캐스팅한 것이 이상할 리 없다.

묻지도 않았는데 "'킬 빌'2편에는 LA코리아타운의 한국인 등장인물이 중요한 배역으로 나온다"는 귀띔까지 하면서 "나는 뉴욕 한국음식점 '도화'의 단골"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던 '펄프 픽션'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던 것을 상기시키는 것을 보면 그저 인사치레는 아닌 듯 했다. 그는 "'킬 빌, 2편을 완성하러 미국으로 곧바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엔 한국을 못 들르지만 2편 개봉 때는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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