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상흑자 40억달러도 위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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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에 모두 비상벨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7일 이런 상황을 감안해 9월 콜금리를 현 수준(연 4.5%)에서 동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각종 실물 지표는 물론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다"며 "내년 경제의 '경착륙' 이 우려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비상등 켜진 경상수지=그간 '흑자 40억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고수해온 한국은행도 7일 마침내 손을 들었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올해 경상수지는 흑자를 내더라도 작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8월 경상수지도 적자가 예상되며 9월 이후엔 흑자로 돌아서겠지만 연간 40억 달러 흑자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를 160억 달러 흑자로 전망했으나 올 3월엔 100억 달러, 7월엔 40억 달러로 흑자 전망치를 계속 낮췄다.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급증한 서비스 수지 적자와 상품 수지 흑자 둔화를 근거로 일찌감치 올해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올 들어 7월까지 경상수지는 6억3850억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월별로도 적자를 낸 달(2, 3, 4, 7월)이 흑자를 낸 때(1, 5, 6월)보다 더 많다.

◆ 소비 심리도 꺼져가나=내수를 되살릴 불씨 격인 소비 심리도 식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93.7로 지난달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4년 1월(92.5) 이래 월별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뒤 경기나 생활 형편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올 1월 104.5를 기록한 소비자 기대지수는 2월 이후 7개월째 하락했다. 올 5월부터는 4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모든 소득 계층이 기준치(100)를 밑돌았고, 20대(104.9)를 빼면 모든 연령층에서 기대지수가 기준치인 100에 미치지 못했다.

향후 경기와 지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갈수록 불투명해지면서 지갑을 열 가능성도 더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 정부.한은 낙관론 접을까=이렇듯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와 한은은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콜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최근 경기가 한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완만하나마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8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소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는 수출 ▶꾸준한 설비 투자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 우리 경제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 단기 부양책은 자제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근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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