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맘'표심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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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선거에선 여성 부동층의 향배가 중요하다. 그들의 표심을 어느 정당이 잡느냐에 따라 종종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 2000년 대선 때엔 '축구 엄마들(soccer moms)'이 부동층의 핵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축구연습을 시킬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 엄마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시 공화.민주 양당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04년 대선 때는 '안보 엄마들(security moms)'이 선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1년 9.11 테러의 충격이 주부들에게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그 덕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하원 의석 전부와 상원의 3분의 1을 뽑는 올해 중간선거(11월 7일)에선 '축구 엄마' '안보 엄마'가 아닌 '모기지(mortgage.주택담보 대출) 엄마'가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5일 "오르지 않는 임금과 늘어나는 빚 등으로 수백만의 중산층 가구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모기지를 이용해 집을 산 가구, 신용카드로 돈을 빌린 가구는 이자율 상승에 따라 부담이 느는 만큼 이들이 새로운 부동층을 형성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부동층을 "가정의 재정적 압박을 걱정하는 '모기지 엄마들'"이라고 부르면서 "민주당은 경제 문제가 안보 이슈를 누를 걸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 통신과 LA 타임스의 최근 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경제가 나빠졌다고 했다. 노동부 통계로 봐도 시간당 실질임금은 2003년보다 2% 하락했고, 유가는 1년 전보다 20% 급등했으며, 모기지 부채는 2000년보다 97%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이런 경제성적표를 적극 알리면서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걸 의식한 듯 부시 대통령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올 초보다 다소 정체돼 있지만 경제는 아직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경제전문가들을 부르는 등 경제를 챙기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에선 "반전 여론에다 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더해질 경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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