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씨 인사청문회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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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6일 지명 절차를 둘러싼 법적 하자 논란으로 중단됐다. 인사청문회가 절차상의 적법성 논란으로 파행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호성 의원 등 국회 헌재소장 인사청문특위 소속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인 신분인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게 돼 있는 헌법 111조 4항에 따라 소장 자격이 없다"며 청문회 진행을 거부했다. 엄 의원 등은 "헌재소장에 지명된 뒤 사표를 낸 전 후보자는 민간인"이라며 "전 후보자에 대한 재판관 임명절차를 먼저 밟은 뒤 재판관과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정훈 의원은 "청와대가 코드가 맞는 전 후보자에게 무리하게 6년의 헌재소장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관 사퇴 뒤 헌재소장 임명이라는 편법을 동원, 법률적 하자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윤근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당연히 재판관 자격에 대한 청문도 포함된 것"이라며 "야당이 형식 논리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위는 여야 간사 접촉을 통해 중앙인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헌재소장 임명 동의안'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및 헌법재판관 선출안'으로 수정 제출하면 인사청문회를 7일 재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전 후보자 지명 방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청와대가 이 같은 여야 합의에 동의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앞서 "전 후보자의 경우는 대통령이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을 동시에 지명한 것"이라며 "지명 절차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 전효숙 후보자 편법 지명 논란=전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다. 2003년 8월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지난달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자 사표를 제출했다. 전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신분을 유지하면서 헌재소장으로 옮겨가면 재판관 임기 6년 중 남은 임기 3년만 헌재소장으로 재직한다. 그러나 재판관을 사임한 뒤 새로 헌재소장이 되면 다시 임기 6년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주요 헌재 사건에서 대통령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해 왔던 전 후보자에게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청와대가 '사퇴 뒤 헌재소장 취임'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비판해 왔다.

채병건.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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