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 주택 특별공급' 시작부터 시끌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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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젖먹이 키우는 사람이 중.고생 자녀를 부양하며 전세를 전전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

"21세 군인, 19세 대학생, 17세 고등학생을 둔 세 자녀 가구인데도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 불합리하다."

판교 2차 분양부터 적용된 세 자녀 이상 가구 특별공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이다. 주로 6세 미만 영유아를 키우는 가구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한 배점 기준과 세 자녀 이상을 뒀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불만이 많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영.유아가 많아야 유리한가=총점(100점) 가운데 자녀 수에만 50점이 주어진다. 자녀 수가 특별분양(전체 공급분의 3%)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수의 자녀가 있다면 6세 미만의 영.유아가 있어야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예를 들어 6~19세의 세 자녀를 둔 세대주는 35점을 받는다. 반면 6세 미만 자녀 두 명과, 7세 자녀 한 명을 둔 세대주는 추가로 10점을 더 얻어 총점 45점이 된다. 두 자녀를 가진 가구가 한 명이라도 더 출산하게 하려는 출산장려책이다.

물론 영.유아 자녀를 많이 둔 세대주는 나이와 무주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무주택 기간 항목에선 5점 또는 10점 정도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40세 이상이면서 무주택기간이 10년 이상인 세대주가 늦둥이 자녀를 낳았다면 당첨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20세 넘으면 자녀 아니냐=건교부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만 20세 미만의 자녀만 자녀 수에 포함시켰다. 세 자녀 가운데 한 명이라도 20세 이상이라면 특별공급의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비판이 많다. "수입이 있든 없든 주민등록에 올려진 장인.장모에게도 세대구성 항목에서 점수를 주면서 소득도 없는데 20세가 넘었다고 자녀 수에서 제외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소득 없이 부모와 함께 사는 성년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해서도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소되면 왜 일반 분양하나=주공의 일반분양분은 20%의 예비당첨자를 선정한 뒤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생기면 예비당첨자에게 계약 우선권을 준다. 하지만 특별공급분의 경우 예비당첨자를 미리 확보해 두지 않기 때문에 부적격자가 나와 당첨이 취소되면 이를 일반분양분으로 돌린다.

김모(39)씨는 "부적격자가 나왔다고 세 자녀 특별공급분을 일반분양으로 돌리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세 자녀 특별공급에 대해선 별도의 예비당첨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거민.국가유공자 등에 주어지는 특별공급분은 미리 대상자를 확보해 두기 때문에 부적격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세 자녀 특별공급은 청약자가 자신의 점수를 직접 계산해 청약하기 때문에 부적격 당첨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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