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장관의 「고주가 행진」/월계수회 급부상과 달라진 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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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직인선에 깊이 관여… 세 확대/김영삼씨와 「긴밀한 관계」설도
민자당 통합 후 박철언정무장관이 급부상하고 있다.
3당합당의 주역이었던 그가 최근 민자당 중간당직 인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의 사조직 월계수회의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박장관이 그의 정치적 입지를 서두르는게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지난 19일 임명된 민자당의 민정계 부총무 5명중 이정무ㆍ조영장의원은 이미 그의 계보이며 수석부총무 정창화의원도 그에게로 돌아섰다는 것이며 신경식의원은 최근 박장관과 팀웍을 이룬 박준병사무총장계다.
또 정책조정실장 기용이 확실한 나창주ㆍ서상목의원과 기획조정실장에 내정된 강재섭의원은 직계라고 할 수 있으며 사무부총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장경우ㆍ정동윤의원 등도 최근 박장관쪽과 가까운 것으로 평판이 나 있다.
이밖에 부대변인에 기용될 이긍규의원은 월계수회 멤버로 당장의 중간당직자뿐 아니라 곧 이어질 당무회의 구성에서도 그의 입김은 여전할 전망이다.
이종찬 전총장계의 이자헌의원이나 이한동 전총장계였던 정동성의원 등이 이미 박장관계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장관이 당직인선을 휩쓰는 것은 그가 이번 정계개편을 계기로 당내 세력을 확고히 함으로써 「대권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전국적 조직을 갖고있는 그의 사조직 월계수회(회장 이재황의원)의 최근 움직임도 이같은 추측을 자아내게 한다.
지난 20일 산하 서울지역의 한 모임인 서부문화연구회가 단합대회를 갖고 이회장이 『이제 전면에 나서 국민조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독려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실은 빙상의 일각일 따름이다.
월계수회는 서부문화연과 같은 맘모스조직을 40여개 거느리고 있고 일종의 계모임같은 하부조직을 포함하면 전국에 2백여개가 넘는다. 대통령선거후 조직을 한때 정비했다고는 하지만 선거당시 1백50만 회원은 언제고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것.
기업인ㆍ변호사ㆍ의사ㆍ교수 등을 회원으로한 이들 조직은 1ㆍ22 정계개편조치 이후 이의 설명회를 겸한 수많은 단합대회를 가졌으며 20일의 「서부」 모임은 끝마무리 모임중 하나다.
월계수회 관계자들은 40여명의 의원 운운하지만 정식으로 입회원서를 낸 회원은 이재황·나창주ㆍ김정길ㆍ박승재ㆍ신영순ㆍ이정무ㆍ이상회ㆍ강재섭ㆍ이긍규의원 등 일부일뿐이며 전용원ㆍ김진영ㆍ이덕호ㆍ김인영ㆍ권달수ㆍ조영장ㆍ김길홍ㆍ한승수ㆍ서상목ㆍ정동윤ㆍ장영철ㆍ고세진의원 등은 가입원서를 낸바는 없고 그저 세미나등에 참석,의견을 나누는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TK(대구ㆍ경북)출신 대부분이 박장관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고 박총장이나 일부 중진의원도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친박」을 주장하는 잔가지까지 치면 당내 최대세력이라는게 중평.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박장관과 김영삼최고위원의 밀착.
사실상 지난 1ㆍ22정계개편때 3당합당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 것은 김영삼최고위원과 박장관의 밀약이라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는 김종필최고위원도 막판에 김영삼총재에게 통보받을때까지 합당까지는 몰랐다는게 정설.
따라서 합당을 만들어낸 김영삼­박철언 관계는 상당히 돈독해져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박장관 본인은 이같은 대권구도에 관한 추측이나 비판을 일체 거부한다.
그는 정계개편 기안ㆍ추진과 이후의 인선개입 사실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다만 그것은 대국적 견지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를 자신의 세확장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인신공격일 따름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계보문제와 관련해 여권내,특히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계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디까지나 노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는 자신은 자질구레한 문제에는 별관심이 없고 이제는 민족통합이라는 거시적 목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독주에 대해 당내에선 수수방관하는 처지. 맞붙어 싸울 세력도 규합해 있지 않은데다 움직임이 너무 신속하기 때문이다.
이춘구ㆍ이종찬ㆍ김윤환ㆍ이한동의원 등이 한때 「반박」 연합전선을 시도했으나 내부의 의견 불일치로 손발이 맞지않는 상태고 정석모ㆍ심명보ㆍ김종호의원 등도 박대행중심체제 구축을 부르짖는 정도다.
구공화계도 당직인선에서 물을 먹고있는 입장에서 불만이 적지않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불만들은 앞으로 조직책 선정이나 4월 전당대회 등 당이 정비되어가는 과정에서 노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박장관측은 노대통령의 우산밑에서 김영삼최고위원쪽과 제휴해 밀어붙이면 여당체질상 그대로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장관의 쾌속진군과 당내 계파간의 불만이 어떻게 조정될는지 흥미거리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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