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실전논술] 대중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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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갖고 있는 양 측면이 최근 논술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사진은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한국과 프랑스전에서 한국 응원단이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있는 모습.[중앙포토]

◆ 제시문 해설

출전:(가) 플라톤, '국가' ; (나-A) 최한기, '명남루총서' ; (나-B) '맹자' ; (다-1) 노먼 존슨, '집단적 문제 해결:개인을 넘어선 기능성' ; (다-2) 유가증권거래소

대중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극도로 우매해 자기에게 해가 되는 짓까지도 서슴지 않을 때가 있으며, 반대로 개인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전자의 예는 나치와 히틀러를 통해 잘 드러나며(파시즘 현상), 후자는 여러 형태의 민주화 운동에서 잘 드러난다(자유의 확대와 진보).

제시된 자료들은 각각 이 두 속성 중 한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에서는 이미 파시즘의 징후를 포착하고 있으며(중우정치), (나)에서는 대중 또는 민중의 힘을 간파하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개미'라 불리는 대중 투자자의 어리석음이 드러나며, 미로 찾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중의 힘이 발휘된다. 따라서 전자를 비판하고 후자를 진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은 대중이 어느 한 쪽의 특성만 갖고 있다고 봐서는 안 되며, 양 측면이 어떨 때 드러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것을 현대사회의 사례와 연관해 이해하면 더 좋다. 가령 대중문화 속에도 이 두 측면은 혼재해 있어, 때로 대중은 어리석고 맹목적인 소비자에 머물지만 때로는 시대를 선도하는 창조자가 되기도 한다. 대중의 이런 면모가 최근 논술의 단골 메뉴라는 점도 기억해야겠다.

◆ 학생글 : 정태웅(개금고 3)

(1)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사회나 대중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 개념적 정의는 각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예로 조선 시대의 대중이 임금의 지배를 받는 무(無)권력자이며,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였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대중이 어느 정도의 권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 주류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대중의 정의가 가변적이고 현대 사회에 들어와 그 영향력이 커졌다면 이제는 대중의 속성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2) (가)에서는 민주 정체가 참주 정체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어서 대중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권력자에게서 떨어지는 약간의 이익을 위해 그 권력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종의 중우정치이며, 이러한 체제 속의 대중은 수동적이며, 우매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반하여 (나)에서는 대중의 합리적 모습을 보여준다. (A)에서는 사람을 아는 방법의 하나로 다수의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들었다. 이것은 개개의 사람들이 올바른 의견을 말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 역시 합리적 모습을 띤다는 결론에 이른다. (B)에서는 임금은 국민의 의견이 공론이므로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A)와 같은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대중의 합리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3) 현대 사회에서는 권력자보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중에게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속에서 대중의 우매함이 드러난다. 그 예가 인터넷 마녀사냥이며, 도표 (2)라고 볼 수 있다. 마녀사냥을 하는 개인은 그 행위의 불합리를 인식하지만 대중 속에서 그 행위를 함으로써 우매한 속성을 드러낸다. (2) 역시 주식의 전문 지식이 없는 대중은 시장의 분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전문가와 달리 손해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어떤 큰 흐름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그 예가 한국의 민주화이며, 도표 (1)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사회적 분위기가 독재의 억압이었다는 점을 볼 때, 민주화는 분명 대중의 합리적 사고에 의한 큰 흐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1) 역시 이와 같은 대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로의 출발점과 도착점은 그 직선 거리가 가장 빠른 길이다. 이를 통하여 볼 때, 집단의 결정이 개별집단의 결정 중 가장 대각선에 가까운 선택을 했기 때문에 대중의 합리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4) 앞서 말했듯 현대 사회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매체가 생겨났는데, 바로 대중 매체이다. 대중 매체는 대중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의식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런 대중 매체가 현재의 대중들을 우매하고 만들고 있다. 이는 얼마 전 열렸던 월드컵에서 잘 드러난다. 그 기간 동안에는 뉴스조차도 방송 시간의 반을 축구에 할애하였다. 자연히 사회 문제는 등한시되었고 대중은 유희만을 추구하는 우매한 존재로 타락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대중에게 골치 아픈 사회 문제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5)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속성은 전적으로 대중 매체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대중 매체에 대하여 활발한 모니터 활동을 통해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대중 매체가 대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대중매체를 만든다면 현대 사회의 대중은 좀 더 합리적인 모습을 지닐 수 있을 것이며, 사회 또한 한층 더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 총평.첨삭

부정적 측면만 부각 … 전체 보려는 자세 필요

정태웅 학생을 선정한 까닭은 그의 제시문 분석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논술의 기초는 제시된 자료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단 (2) (3)은 모범적이다. 특히 (다)의 자료를 이해하는 데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보인다.

반면 주어진 자료를 근거로 자기 의견을 전개하는 대목부터는 상당히 부실하다. 문단 (4)에서는 갑자기 대중의 두 특성 중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며 대중 매체 비판으로 빠지고 있다. 그러다 (5)에서 갑자기 대중의 긍정적 특성에 관한 더 깊은 논의도 없이 '대중이 대중 매체를 만들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어리석은 대중이 대중 매체를 만든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긍정적 대중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대중의 두 특성 중 부정적 측면이 두드러지는 오늘날, 긍정적 특성을 어떻게 살리고 활용할 것인지에 주목했다면 논의의 내용과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논술의 핵심은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자기 의견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개하는가에 있다. 정태웅 학생의 글은 기초는 잘 되었으나 건축이 부실한 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자기 의견을 잘 수립해 가는 훈련이 절실하다. 특히 눈을 크게 뜨고 항상 전체를 보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대표강사

◆ 다음 주제는

고교생 대상 실전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고교 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김재인 대표강사가 첨삭지도를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논제와 관련된 제시문은 지면 사정상 '우리들의 수다' 고교 논술방에만 올립니다.

◆ 논제:제시문들을 참고하여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시간 인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논술하시오.(전체 분량 16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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