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학원 "철회" … 학부모 관심은 더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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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국제중 학생들이 외국인 교사와 함께 과학수업을 하고 있다. [청심국제중 제공]

결국 국제중학교가 내년 서울 지역에서 개교하는 일은 없게 됐다. 영훈학원이 국제중 설립 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교육부-서울시 교육청-학교법인 등이 맞물린 갈등 탓이다. 그러면 2008학년도는 어떨까. 그간 논란을 정리하고 전망을 해본다.

◆ 기존 국제중학교=최초의 국제중은 부산국제중이다. 1998년 3월 첫 입학생을 받았다. 특성화중, 이른바 국제중으로 인정받은 건 이듬해였다. 이때만 해도 별다른 논란은 없었다.

올 3월 청심국제중이 개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 전형 경쟁률이 21 대 1까지 치솟았다. 거의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게 학부모들에겐 매력적이었다. 영어 교육을 위해 조기 유학까지 보내는 마당에 국내에서도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다. 국제중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도 커졌다. 사교육 시장도 발맞춰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국제중 대비 1년 단기 연수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 서울지역 국제중 설립 신청=서울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이 3월 국제중을 세우겠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했다. 32명씩 두 학급 64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영훈학원은 내년 3월, 대원학원은 200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했다.

인가권자인 시교육청은 긍정적이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봤다. 또 서울의 우수 인재가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정부 당국과 전교조의 반발=그러나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청와대 쪽 기류도 좋지 않았다. 6월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국제중 대비반 같은 학원이 생겨날 텐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에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후임자인 김병준 교육부총리도 7월 "국제중은 입시 경쟁 및 사교육비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가세했다. 정진화 서울지부장이 16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전교조는 국제중을 '귀족형 학교''국가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학교'라고 봤다.

◆ 영훈학원 결국 철회=이런 공방 속에서 1일 영훈학원이 설립 신청을 철회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내년 3월 개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교육부와 조율해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을 바꾼 지 일주일여 만이다.

영훈학원 관계자는 "설립 계획을 5년 이상 짰었다"며 "(철회하게 돼)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상외로 사회적 논란이 거세서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 2008학년도 어떻게 되나=그렇다고 2008학년도 설립 가능성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대원학원의 신청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훈학원도 내년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사실 대원.영훈학원은 사교육을 증가시킬 것이란 논란을 의식, 사실상 '선발' 기능을 포기한 전형안을 마련했었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서 다섯 명씩 추천받아 그 중에서 추첨을 통해 64명을 뽑는 방식이다. 모든 학교에서 다 추천했을 경우 합격 확률이 4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학교법인 측은 "사교육을 부추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안대로 갈지는 미지수다. 초등학교 추천 단계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원학원 등이 정부를 설득해낼 새로운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뭐니뭐니해도 관건은 정부가 여전히 내년에도 국제중 문제에 날카롭게 대응할지 여부다. 내년 이맘때면 대선 정국이기 때문이다.

고정애 기자

<국제중 논란 일지>

▶3월 서울시교육청, 2007년 3월 개교 목표로 대원학원.영훈학원이 국제중 설립인가 제출

▶4월중 전교조 서울지부장, 설립 반대하며 16일간 단식농성

▶5월 24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국제중 신설 반대한다"

▶7월 18일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 "국제 중 설립 반대"

▶8월 23일 낮 공정택 교육감, "영훈국제중 내년 3월, 대원국제중 2008년 3월 개교"

*교육부, "교육청이 설립 인가 강행하면, 법령을 바꿀 수도"

*오후 4시 공 교육감, "교육부와 조율하겠다"

▶9월 1일 영훈학원, 국제중 설립계획 승인신청서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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