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선 보수정권“판정승”/자민당의 「안정의석」 획득과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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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수권능력 확신못줘 패배/참의원 「야대」로 정국안정 낙관 못해
2ㆍ18 일본 중의원총선은 35년간 지속된 자민당 일당장기정권이 뒤집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역시 자민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 사회당이 압승,여야역전을 이루었을 때만해도 일본열도에 혁신정권출현 가능성을 점치는 소리가 높았으나 이번에도 그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사회당이 의석수를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야당이 자민당에 무릎을 끓고만 것은 자민당이 강해서라기보다 야당의 집권능력에 회의를 품은 일본 국민의 선택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야당의 패인을 분석해보면 다음 몇가지를 들수 있다.
첫째,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3% 소비세폐지여부를 두고 일본 국민을 효과적으로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정책대안능력의 부족이다.
사회당은 지난 86년선거를 앞두고 나카소네(중증근) 전총리가 소비세 도입은 하지않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불구,이를 어기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있다는 「도덕적 책임」만 물고늘어졌을뿐 소비세폐지 이후 이를 메워야할 막대한 재원마련 방법등 대안제시가 미흡했을뿐 아니라 선거막판에 「개별간접세」라는 물품세 부활를 제기한데서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둘째로 사회당의 불투명한 외교ㆍ방위정책을 들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명을 바랐으나 이에 대한 대안제시가 미흡했다.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사회당 강령에서 빼겠다』고 약속했을뿐 ▲미일안보 조약개정 ▲자위대폐지 ▲원자력발전소 반대 ▲한국불승인등 4대기본정책에 별 변화가 없다는데서 야당안에서도 보조불일치를 보였다.
셋째는 사회당내의 인재부족이다. 도이(토정)위원장은 당초 1백80명후보 옹립을 자신했으나 1백49명밖에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는 빈곤상을 드러냈다.
끝으로 중의원은 참의원과 달라 지역구기반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돈과 정치」의 함수관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조직의 취약을 들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선거구에서 「리크루트 청산」이나 「소비세폐지」라는 국가차원 공약보다 고속도로건설ㆍ공장 문화센터유치등 지역차원공약이 더 먹혀들어가는 선거풍토인데다 사회당ㆍ민사당이 오히려 리크루트스캔들 관련후보를 공천하는등 자민당과 다른 깨끗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야당의 능력부족은 연합공천후보를 내세우는데서도 드러났다. 지난 참의원선거때 사회ㆍ공명ㆍ민사ㆍ사민연등 4당공동 추천의 「연합형 후보」가 11명이나 나와 이중 10명이 당선되는등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번선거에서는 군마3구에서 시라이시(백석)후보 1명밖에 내세우지 못해 협력부조를 노출시켰다.
이처럼 야당수권능력의 부족이 일본국민을 자민당 재신임으로 돌게했지만 자민당정권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이후(해부)내각은 안정다수의석의 전과로 「속투」를 보장받았지만 가이후 개인의 리더십부족과 파벌간 각축으로 정권의 안정도는 매우 불투명하다.
가이후 정권은 다케시타(죽하)ㆍ아베(안배)ㆍ미야자와(궁택)ㆍ나카소네등 당내 4대 유력파벌간 타협의 산물인만큼 잠정정권의 성격은 총선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중의원해산ㆍ총선일정결정과정이 가이후부재중 이루어졌던 사실을 봐도 다케시타ㆍ가네마루(금환)등 당원로의 입김이 자민당의 앞으로의 정국운영을 계속 좌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게다가 이번선거에서 「재합격」된 리크루트관련 중진의 입김이 다시 거세질 공산이 커짐에 따라 이들이 미는 아베의 후임총리 추대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이후의 리더십은 오는 3월중 있을 90년도 예산안 및 예산관련법안심의에서 소비세 개선법안을 어떻게 밀고나가느냐에서부터 큰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등 야당측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여론을 감안,참의원선거 직후처럼 소비세폐지법안을 강하게 밀고나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소야대」의 참의원 의석분포는 계속되고 있는 야당과의 절충작업이 필수적이다.
미국과의 무역마찰,방위비분담요구도 자민당정권이 시급히해결해야 할 초미의 과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체니 미 국방장관과의 방위수뇌회담,그리고 22일부터 미일 구조문제협의에 일본이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느냐에 미국의 조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대한관계는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현안인 재일한국인 3세의 법적지위 및 대우문제 등이 선결문제이나 이제까지의 정책에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산적한 국내외의 과제를 두고 새로이 재출범하는 가이후 제2차 내각은 총선에서의 승리에만 도취할 겨를이 없을 것 같다.<동경=방인철특파원>
◎일 중의원선거 이모저모/나카소네ㆍ우노등 스캔들 딛고“재합격”/사회,타 야당 고전에 「대약진」기쁨 반감
○…지난해 참의원선거때는 마치 초상집같았던 자민당본부 4층의 개표상황실은 7개월만에 모습이 일변,자축분위기가 완연했다.
이날밤 10시반쯤 이미 개표상황판에 2백이 넘는 「당선확실」장미꽃이 뒤덮이자 이를 지켜보는 오자와(소택) 간사장등 간부들의 얼굴에도 희색이 만면했다.
당세조회장인 전문부상 니시오카(서강)는 『소비세개선안이 인정받았다』고 선거결과를 제나름대로 촌평하기도.
○…사회당도 전성기였던 55년당시의 1백40석을 육박할 기세를 보이자 「대약진」의 기쁨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공명ㆍ민주ㆍ공산ㆍ사민연등 다른야당들의 고전에 착잡한 표정.
도이(토정)위원장도 당선자수가 계속 늘어가자 밤11시쯤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번 산을 움직이게 해달라고 호소했는데 움직이고있는 느낌이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도이위원장은 그러나 『공ㆍ민ㆍ연등 다른 야당이 대단히 걱정된다』고 「정권교체」의 벽을 뚫지못한 결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선거에서 크게 관심을 모았던 나카소네,우노등 2명의 전직총리가 모두 승리를 거둬 화제.
리크루트스캔들의 장본인으로 그동안 세간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나카소네 전총리는 군마3구에 무소속으로 출마,백의종군한 끝에 3위로 가까스로 턱걸이당선. 이 지역은 후쿠다(복전) 전총리의 아들 후쿠다야스오(복전강부),사회당 야마구치(산구)서기장,오부치(소연)전 관방장관등이 출마한데다 야당연합형후보 시라이시(백석건일)까지 뒤늦게 도전해오는 바람에 난전을 벌였으나 결국 무명의 신인 시라이시만 패퇴.
특히 후쿠다 전총리의 장남 야스오는 첫출마임에도 불구하고 8만8천4백45표로 당당1위 당선을 기록,아버지의「견고한 지반」을 과시했다.
한편 여성 스캔들로 중도퇴진,이번 총선에서도 고전이 예상되던 우노 전총리도 자하현에서 1위당선.
○…이번 총선에 모두 16명이나 입후보해 관심을 모았던 리크루트관련자들이 대부분「재합격」통지를 받음으로써 정계전면에 다시 나서게 됐다.
이날 즉일개표분 14명가운데 낙선자는 다카이시(고석) 전문부차관뿐으로 13명이 당선했다. 이 가운데는 나카소네 전총리를 비롯,다케시타(죽하)전 총리,아베(안배) 전간사장,미야자와(궁택) 전부총리,와타나베(도변) 전정조회장등 파벌 영수급이 모두 끼어 선거에 강함을 과시.
○…이날 당선이 확정된 4백31명 가운데 세습 및 2세의원은 모두 1백21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28%를 차지하여 「2세파워」를 과시.
후쿠다,스즈키 전총리의 장남 야스오 와 슈ㄴ이치(영목준일)가 각각 군마3구와 탄수1구에서 각각 신인당선했다.
세습 및 2세후보중 자민당후보는 모두 1백명으로 자민당만으로 보면 전체 2백40명의 당선자중 42%나 차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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