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마련못한 가장 자살」은 큰 충격집 〃재산개념 〃을 〃주거개념 〃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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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권현용 <서울송파구신천동11의 9>
50대 가장이 전세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자살한 사건을 중앙일보 2월14일자(일부지방 15일자) 사회면은 전하고 있다. 요즘 흔히 있는 자살로 무감각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 기사를 읽고 두가지 비애감이 끝 없이 저며왔다.
고작 1백만원 올려줄 돈이 없어 목숨을 버릴 수가 있을까 하는 동정보다 자살자체에 질책부터 하고 보는 요즘 세태속에 도대체 왜 이토록 사회가 곪고 멍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임차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서 경과규정을 두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세입자 보호는 커녕 부담만 안겨준 당국의 졸속입법도 마땅히 규탄되어야 겠지만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집을 주거개념이 아닌 재산개념으로 이해 하려드는 일부 몰지각한 집주인들의 이기적 발상이다.
집값불안정이 곧 거센 임금인상의 도화선이란 것을고려하지 않고 부화뇌동식의 전세값 인상을 당연시하는 일부 집주인들의 횡포아닌 횡포가 가져다 주는 슬픔이 그 하나이고, 난관극복의 의지를 불태우기보다 허무와 염세주의에 몸을 쉽게 내던지도록 현대인을 나약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가 문제다.
자살한 이모씨가 가진자들에 대한 원망과 함께 보여준「죽음의 절규」에 숙연하지 않은 사람은 과연누구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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