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t 전쟁물자 대형 수송함에 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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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캠프 코트니에 사령부를 둔 제3해병원정단 소속 병력 8000명을 2014년까지 미국 영토인 괌으로 옮기기로 했다."

케빈 마허 주 오키나와 미국 총영사는 지난달 31일 "미.일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27곳 중 15곳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대는 한반도 전쟁 시 맨 먼저 투입될 전투부대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대형 수송함에 실어놓은 수만t의 전쟁물자는 닷새 안에 한반도에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1995년 9월 이 부대 소속 병사들이 일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의 반미 감정이 폭발했다. 이후 미군은 주일 기지들을 전면 재배치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주일 미군의 50%가 주둔하는 지역이었다. 본지는 미 국무부 초청으로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일본 방위청과 주일 미군 후방기지들을 돌아봤다. 그 결과 미국의 기지 이전.반환이 '동맹 변환'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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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항공기지가 있는 오키나와 후덴마기지 관계자는 "도시 확장으로 민간 주택들이 기지 옆까지 다가왔다"며 "소음 문제에다 지난해 헬기가 인근 대학 구내로 추락해 오키나와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지 정문에는 부대를 나서는 미군 장병만 볼 수 있도록 "주민을 존중하고 명예롭게 행동하라(Respectable Neighbor. Honorable Behavior)"는 팻말을 붙여놨다.

미국은 21세기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동맹 관리'차원에서 반미 정서를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일본에선 기지 이전과 함께 일본이 원하는 전투력 확보를 돕고 있다. 한국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이양과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유엔사를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 한반도 유사 시 미군과 유엔군의 증원 병력과 전투력을 지원할 유엔사의 후방기지가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도 유엔사의 지원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주일 미군기지 36곳 중 핵심기지 7곳이 유엔사의 후방기지 임무를 맡고 있다. 이것 역시 재배치하고 있다.

마허 총영사는 "미.일은 동북아에서 발생할 다양한 우발적인 상황에 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공동 훈련과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주일 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자마 기지에 육상자위대 사령부를 통합하고, 요코타에 주일공군사령부와 자위대 항공사령부를 함께 둘 계획이다. 미.일은 특히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통합하고 있다.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때 양국은 긴밀한 정보 교류를 통해 발사 시간을 사전에 파악했으며 일본 내각은 발사 전날부터 비상 대기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오키나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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