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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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다시 취업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달 27일 취업에 성공한 네 명의 수료생이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를 다시 찾아 직장 생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최서향(41).임경희(37).김가영(34).김문숙(33)씨. 김태성 기자

'아줌마'는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아줌마는 컴퓨터를 못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주부들의 IT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는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www.itwomen.or.kr)도 이런 벽에 부딪혔다. 우수한 IT 인력을 키워내도 기혼 여성이라고 하면 업체가 꺼렸다. 면접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간 학생들도 어깨가 처졌다. 고심 끝에 내놓은 카드가 '프로젝트 과정'이다. 3개월의 실무 교육과 2개월의 인턴 실습을 엮었다. 3월 개강한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수료자 33명 중 3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97%의 취업성공률이다. 나머지 1명은 10월 취업을 앞두고 있다.

프로젝트 과정은 크게 '자바 프로그래밍'반과 '웹디자인' 반으로 나뉘어 있다. IT 업계 취업을 희망한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취업 대비 '총정리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5개월 이상 받은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다. 소수 정예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철저히 실무 위주로 돌아갔다. 가상 프로젝트를 설정해 놓고 시한을 줘 수행하도록 한다. 회사 업무를 미리 경험케 한다는 의미다. 웹디자인반은 돈을 받지 않고 업체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난달 웹디자인 회사 킴텔에 취업한 김민정(37)씨는 "오전 1~2시까지 작업하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실습과정을 회상했다. 인테리어 자재 회사의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그의 프로젝트였다. 회사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선생님을 팀장님이라고 불렀다. 정해진 기한까지 일이 끝나지 않으면 식은땀이 났다고 한다. 프로젝트 마감이 끝나갈 쯤엔 강사들도 오후 9~10시까지 수업하며 학생들을 도왔다. 이렇게 만든 웹사이트는 취업에 도움이 됐다. 김씨는 "면접에서 다른 구직자들은 번듯한 포트폴리오를 가져와 자랑했지만, 내는 내가 만든 웹사이트 주소를 불러줬다"고 말했다. 여성능력개발센터는 IT 교육뿐 아니라 '취업 교실'도 병행했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법, 면접을 잘 보는 법 등을 가르쳤다.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의식 강화 훈련'이었다. 주부들은 막상 취업을 앞두면 사회 생활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한다. 이런 주부들을 위해 이미 취업에 성공한 선배 주부들을 불러 회사 생활이 어떤지, 가족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자세히 들려줬다고 한다.

현선영(39)씨는 이런 '의식 교육'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자녀들이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취업에 욕심이 나 IT 공부를 시작했다. 센터에서 7개월 동안 자바 프로그램을 배웠다. 하지만 정작 교육이 끝나자 취업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했다. '과연 내가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올 초 프로젝트 과정 수강을 권유받았을 때도 한참을 망설이다 등록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수록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3개월간의 교육 뒤 현씨는 아토정보기술에 인턴 사원으로 들어갔다. 정직원 월급의 70% 정도만 받고 2개월간 일했지만 바로 정식 사원이 됐다. 인턴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은 17명 모두 정직원이 됐다고 한다.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의 조정아 소장은 "내년에 실무 교육과정을 보강하면 취업문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경기도가 여성들에게 IT 교육을 통해 취업.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7년 설립했다. 경기도에 사는 15세 여성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웹디자인.웹프로그래밍.자바 프로그램 등을 가르친다. 장기 교육과정(7개월)과 단기과정(3개월), 프로젝트 과정(5개월) 등이 있으며 온라인 교육(www.ggw.or.kr)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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