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TDK 분규없이 17년“알짜경영”/꾸준한 성장과 노무관리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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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인 사장도 현장서 호흡/손익계산서 매달 공개 품질관리에 최우선
노사분규가 잦은 구로공단에서 한국인도 아닌 일본인이 경영하는 한 전자부품회사가 창업 17년동안 분규 한건 없이 알짜경영을 하고 있다.
일본TDK가 1백% 출자,페라이트코어ㆍ피킹코일등 컬러TV,VTR 부품을 만드는 ㈜한국TDK.
업종자체가 일반에는 낯선 회사지만 5∼6종 취급품목이 모두 국내시장을 5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3백20억원으로 창업당시인 73년에비해 1백배가 증가했고 종업원도 1백명에서 9백6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노사분규ㆍ임금상승ㆍ원화절상으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철수를 서두르고 있지만 이 회사는 산업전자분야의 진출까지 계획하는등 오히려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얼마전 종업원 임금조차 지불하지 않은 채 철수해 말썽을 빚은 일본 수미다사와는 좋은 비교가 된다.
일본인사장 미즈노 마사오(56ㆍ수야정남)씨의 경영기법은 매우 독특하다.
이회사 유일한 일본인인 그는 임기 2년의 사장직을 계속 연장해가며 12년째 파견 근무중이다.
그는 직책이 사장이지만 한국인종업원과 동등한 대우를 스스로 고집하고 있다.
가족들은 일본에 둔 채 구내식당에서 종업원과 똑같이 셀프서비스로 식사하고 작업복을 갈아입을 때는 같은 탈의실을 쓴다.
회사의 중요사항은 사장외에 전무에서 과장까지 망라하는 한국인 입사1기생 12명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
노조가 없는 이회사는 매달 노사 6∼7명씩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에서 회사측이 한달동안의 손익계산서를 공개하고 있다.
예산ㆍ비용의 편성 및 집행은 과장들의 책임이며 회사가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세운 계획을 짜맞추는 식이다.
몸이 아프면 6개월동안 유급휴가를 준 뒤 휴직ㆍ사직여부를 당사자가 결정한다.
임금은 공단내에서 중상정도의 수준이지만 학력별,생산ㆍ사무직별로 큰 차이가 없다.
올해부터는 출근카드를 없애 근태관리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월이직률은 공단 전체의 절반수준인 1.3% 정도다.
그러나 원가절감ㆍ품질관리에는 철저하다. 부서마다 기술과를 별도로 운영,품질관리를 맡는다.
매년 두차례 실시하는 QC(품질관리)대회는 최대의 사내행사다. 취급품목 자체가 고부가가치품인데다 설비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일본인 기업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독특한 경영기법으로 노사분규의 와중을 헤쳐나와 구로공단내 한국기업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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