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공산당 보혁 노선투쟁 격화조짐/연내 분당론까지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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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당제 민주주의 실행 의문”개혁파/“당권위 도전엔 협력 않겠다”보수파
【모스크바ㆍ로마 로이터ㆍAPㆍAFP=연합】 소련 공산당 중앙위가 권력독점 포기와 다당제 수용을 결정함으로서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한 당내 온건개혁파들이 일단은 승리한 것처럼 보이나 국민의 주된 불만 원인이며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문제 해결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해 앞으로 수개월간 보수계와 혁신계 사이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된 후에야 소련의 새로운 정치판도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빠르면 내주중으로 공산당 권력독점을 명시한 헌법 제6조의 폐기문제를 다룰 연방최고회의 및 인민대표대회가 열려 입법부의 최종 심의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급진 개혁파들은 이번 중앙위 결정을 크게 미흡한 것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최고회의내 급진파 지도자인 유리 아파나셰프는 8일 당중앙위의 권력독점포기에도 불구,공산당의 분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아파나셰프는 이날 이탈리아의 라 레푸블리카지와의 회견에서 자신이 이끄는 개혁 그룹은 소련이 다당제 민주주의로 전환할 것이라는 선언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말하고 고르바초프가 당내 보수와 개혁파중 어느쪽을 택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발언이 분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는 즉각 개혁파만의 민주강령을 지지하는 당내서명운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 다음 할일은 이 강령을 제28차 당대회에 제출할 것이냐,아니면 신당의 제1차 당대회에 제출할 것인가 하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당이 『공산당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개혁파 정치인 예프게니 암바르추모프도 이날 이탈리아의 코리에레델라 세라지와의 회견에서 소련공산당이 보ㆍ혁간 갈등으로 연내에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경보수파들도 공산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원칙적으로 용납하되 실질적인 협력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수파들이 아직도 장악하고 있는 지방 당기구 대표들은 현재 소련엔 무정부상태가 야기되고 있으며 이는 나라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 갈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명시한 헌법조항이 폐기됐지만 어떤 형태로 개정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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