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만주지역 조선혁명군 |총사령 양세봉장군 자료 국내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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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료부족으로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30년대 초반 무장항일 독립운동의 영웅 양세봉장군에 관한 기록이 극적으로 국내에 전해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양장군은 1928년 만주의 민족주의독립운동가들이 결성한 국민부산하 조선혁명군 총사령으로 당시 최대 규모의 독립군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양장군은 특히「마적」으로 불리던 중국도적떼로부터 만주의 한인들을 보호해주고, 일제하의 본토인 신의주까지 진출해 일군경을 공격하는등 혁혁한 전과를 올려 지금도 연변지역의 한인사이에서는 「최고의 독립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연변의 한인들이 85년 출판한 『조선족 1백년사화』제1집에는 양장군에 관한 기록이 윤봉길·강우규·신채호등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기록과 함께 소개됐는데 대부분의 항일무장투쟁이 사건별로 정리된 반면 양장군에 대한 기록만은 개인이름으로 정리돼 있어 그 명성을 짐작할수 있다.
이번국내에 전해진 양장군에 관한 기록은 총사령비서로 양장군을 보좌했던 박재혁옹(본명 윤걸)이 지난해 12월29일 중국요령성 개현서해향쌍안촌에서 숨지기 직전까지 집필한 것을 그의 둘째아들 동휘씨(요령생 조선족제이중학교사)가 정리해 최근 인편을 통해 사진작가 유재정씨에게 보내온 것이다.
유씨는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동휘씨를 알게됐다.
동휘씨가 보내온 기록은 「항일장병 조선혁명군총사령 양세봉약사」「불굴부요의 열사 역대저명인사」「신빈조듀수능가전투를 앞두고 전군대회에서 하신 양장군의 역사적 연설」「조선혁명군정부포고 제1호」「동북인민혁명군제1군총사령 양정우장군과 양장군간의 작전협정」「정의부·삼의부·신민부등 3부통일을 위한 노인회맹언」「신빈현일제헌명대에 보낸 협박문」등 8건이다.
이중 「양세봉약사」는 양장군의 일대기를 박옹이 보고 들은 것을 중심으로 소상히 기록해 양장군에 대한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국내학계에 희귀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으며,「역대저명인사」로 박옹이 남긴 고이허(본명최용성·조선혁명군 중앙집행위원장) 오동진(호 송암·정의부 군사부책임) 현익철(호 묵관·국민부집행위원) 양정우(동북인민혁명군제1군장) 한진(동군수부장)등 독립운동가 14인에 대한 기록도 독립운동사의 새로운 사실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휘씨는 이들 기록과 함께 유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님이 마지막 유언에서 「독립운동 끝에 조국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죽게 되었지만 뼈라도 조국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해 아버님의 유골을 조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신용하교수는 『20년대말, 30년대초 1천여명의 독립군을 거느렸던 양장군에 대한 기록은 만주독립운동사의 획기적인 자료다. 양장군은 특히 중국등지에서 단독으로 항일작전을 수행했던 최고의 영웅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사료가 드물어 많이 연구되지 못해 안타까워해왔다』며 이 기록들의 사료가치를 높이 평가했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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