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서울시의원들, 또 "예산 내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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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의 연봉, 유급 인턴제, 컴퓨터.프린터기.TV.냉장고 등 갖가지 편의시설을 갖춘 의원연구실 등 서울시 예산으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또 한번 서울시에 손을 내밀었다.

서울시의원들이 소속 정당과 위원회를 초월한 연구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활동에 드는 비용을 예산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 한 조례안이 시의회에 제출된 것.

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163회 임시회를 개회를 앞두고 지난달 24일 이국희 시의원(한나라당.강동구 제2선거구)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의 구성 및 지원 조례안'을 동료의원 23명의 동의를 얻어 제출했다.

조례안은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의원연구단체를 의회사무처에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최대 30개 연구단체에 평균 1000만원씩의 연구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3억원의 예산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국 최고인 6804만원의 연봉,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연구실, 월 100만원을 받은 인턴사원을 쓰고 있는 서울시의원들이 또 한번 '예산 쓸 곳'을 만든 사실에 대해 곳곳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0일 민선7기 서울시의원들이 받은 월급은 의정활동비 150만원(비과세)에 월정수당 417만원 을 합쳐 모두 567만원. 여기에서 소득세 등 각종 세금 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당비, 상조회비 등이 공제된다.

또한 지난 7월13일 개원한 의원연구실은 총면적 1380여평에 92개의 연구실이 들어섰다. 설계용역에 1억7000여만원, 공사금액은 총 40억4000여만원이 들었다.

출입자 카드가 있어야 드나들 수 있는 연구실에는 각각 책상, 컴퓨터, 팩스 등 사무기기와 TV, 냉장고, 소파, 탁자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개별 냉난방에 무선인터넷 서비스도 제공된다.

게다가 올해 초 부터 의원별로 각각 채용돼 활동하고 있는 인턴사원(인턴보좌관)들은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면서 매월 1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물론 서울시 예산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허명화 전 시의원은 "상임위와 특위활동, 정책연구위원회도 활성화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본연의 역할이라도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인데, 과연 의원연구단체가 필요한 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허 전의원은 이어 "지난 3~6대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할수있는 여건이 좋아진 만큼 의정활동을 어느 정도 해본 후에 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며 "3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시의회 사무처 한 관계자도 "시의원들이 시(市) 예산 끌어다 쓰기 전문가도 아니고, 연구활동을 하는데 꼭 시 예산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시 예산으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는 만큼 의정활동에도 충실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례안을 제출한 이국희 시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연구활동을 통해 정책개발과 의원발의 입법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원들이 연구단체를 구성하고,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 조례를 제정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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