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값 올려놓은 부동산정책 자화자찬하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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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중대형 임대주택을 늘릴 모양이다. 8.31 대책에 힘입어 부동산도 안정을 찾아간다고 한다. 8.31 대책 1주년을 맞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이 내용만 보면 부동산 문제는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다. 집값도 안정되고 집 없는 사람들은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되니 무슨 근심이 있겠나.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걱정이 꼬리를 문다. 임대주택은 지금도 미분양이 수두룩한데 자꾸 짓기만 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임대주택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중산층이 얼마나 될지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집을 소유에서 주거의 수단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관료들 가운데 이런 방침을 충실히 따라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에게만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김대중 정부 중.후반기에 28.6%나 오른 집값이 이 정부 들어 10.8%로 둔화됐다는 대목에선 실소가 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부동산이 너무 올라 좌절하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인가. 부동산이 많이 오른 게 아니라면 그 많은 규제는 왜 쏟아냈는가. 통계만 유리하게 해석해서는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다.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든 개발정책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고, 경영난의 지방 건설사나 내 집 마련이 막막한 사람, 세금 걱정이 태산인 1가구 1주택자 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일부 신문이 부동산 정책을 흔든다"거나 "작은 집 가진 사람들은 집값 오르면 손해 본다"는 식으로 분열을 조장해서는 상황만 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