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며 편 가르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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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의 어법은 특징이 있다. '편 가르기'와 '결벽증'이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어법은 31일 방송회견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번 외환위기 때 경제가 심각한 파탄에 빠졌을 때 '이대로(가자)!'하고 건배한 사람들도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은 서민이 아니거든요."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이나 부동산과 좀 관계 있는지 모르지만 일부 신문들이 너무 부동산 정책을 흔듭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말엔 기득권층에 대한 서민의 반감을 자극하고,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이 투기세력일 수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부동산 정책을 말하며 소득 10분위 통계로 하위 80%(1~4분위와 5~8분위)와 상위 20%(9~10분위)를 분리해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일종의 편 가르기다. 특히 반대론자들의 도덕적 문제를 선명하게 부각해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곤 한다. 그 때문에 종종 편 가르기 발언은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은 언론에 책임이 있고,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나라당에 문제가 있고, 비정규직의 아픔이 해결되지 않는 건 국회 때문이라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전작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고 보자', 이거 아닌가?"

"참여정부 와서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다. 이걸 막아주려면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을 (국회가) 통과시켜 줘야 한다. 이게 몇 년째 묶여 있다. 정부는 준비를 다 해놨다."

지나친 결벽증도 노 대통령의 특징적 어법이다. 노 대통령은 마음에 거리낌이 있으면 스스로를 '객관화된 제3자'로 표현한다. 사회자가 "지난 3년 반 동안 후회하는 점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대통령은 후회하면 안 된대요. 그래서 후회는 안 하기로…"라고 말했다. 찜찜한 대목에서 '나'와 '대통령'을 구분 짓는 방식이다. 이런 어법은 솔직하다는 평도 있지만 '진심이 뭐냐. 더 헷갈린다'는 공격도 받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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