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딸과 美정보장교 사랑그린 팝페라,뉴욕무대에

중앙일보

입력

북한군 딸과 미군정보장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팝페라 '레인(Rain)'이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고 있다.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오프 브로드웨이 '애빙던 극장'에서 한인작품으로는 최초로 공연되는 '레인'은 1945년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남북이 분단되기 직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서사극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0년대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을 수복했을 때 미처 북한으로 퇴각하지 못한 북한군의 김평 대좌는 간호사인 자신의 딸 '비'를 미군에 침투시켜 미국 중앙정보국 간부 '피터 앤더슨'을 독살할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피터와 사랑에 빠진 '비'는 피터를 암살하지 못하고 대신 죽음을 선택한다.

'레인'의 작곡을 맡았고, 이번공연에서 음악감독으로 뛰고 있는 재미한인 박혜경씨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이 작품은 남한, 미국, 북한 젊은이들의 죽음을 통해 평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작품의 구성과 작사는 재미한인 임오혁씨가 담당했다.

박혜경씨는 "9.11 현장인 뉴욕에서 한국인과 미국인, 그리고 북한의 세 나라의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쓰면서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이 주어진 환경과 사상과 이념에 의해서 희생되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레인'은 무엇보다도 세계최초의 팝페라 작품으로 만들어졌으며, 이 새로운 음악양식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팝페라'란 한마디로 대중음악을 의미하는 팝 (pop)과 가극을 뜻하는 오페라 (opera)의 합성어다.

박씨는 팝페라라는 장르는"오페라와 뮤지컬의 중간장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공연시간 90분의 이 작품은 지난해 2월 뉴욕 맨해튼의 한 대학에서 처음으로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다.특히 재미한인과 미국인이 공동목표를 가지고 함께 작업을 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무대 음악감독은 저명한 메네스 음악대학의 토머스 컬타이스 교수가 맡았다.

제작진은 이번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성공을 한 뒤 한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레인'은 '팝페라'라는 양식으로 공연된 최초의 작품으로 미국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상태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