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교통난부터 풀어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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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부 보고,우선순위 뒤바뀌었다
국민생활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정책결정은 언제,어떤 경우에나 신중해야만 한다. 무슨 일을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좋은지 시민의 의견을 먼저 들어 꼭 필요하고 시급한 것부터 차근차근,부작용이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그것이 큰 돈이 드는 공공사업일 경우에는 사전에 투자의 경제성이 엄밀히 검토되고 재원 조달에 확실한 방책이 서야한다. 관련부처와 충분한 협의ㆍ조정을 거쳐 발표되는 것이 순서다.
1일 교통부가 내놓은 올해 업무계획을 보면서 우리는 그같은 거창한 계획들이 과연 이런 절차와 과정들을 밟은,실현가능하고 타당한 시책인지 의아심을 갖게된다. 솔직이 말하면 다수 국민의 현실 욕구나 수요와는 동떨어진 허황된 「보고용」의 탁상시책만 같다.
교통부가 내놓은 사업계획중 큰 것만을 꼽아도 1조원 이상 투자가 소요되는 수도권 신공항건설,2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경부고속전철,23조원으로 추산되는 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의 지하철건설 등 그야말로 천문학적 규모다. 이런 사업을 올부터 시작해 96년까지는 대체로 끝내겠다는 것이다.
교통부가 내놓은 사업계획은 그 자체로서는 모두가 중ㆍ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지하철의 승차난으로 아침ㆍ저녁 수백만 시민이 고통을 겪고 버스ㆍ택시 등 도시교통의 체계조차 제대로 잡지못해 불편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마당에 현실의 당장 시급한 문제들을 너무 소홀히 다룬감이 적지않다. 수도권 신공항만 해도 그렇다. 불과 몇해전 5공정부하에서 교통부는 청주 신공항 계획을 발표했고 1단계공사 착수에까지 들어갔다가 6공들어 흐지부지됐다.
책임있는 행정이라면 청주 신공항계획의 시행착오부터 국민들에게 해명이 있어야 한다. 2000년대에 대비해 현재 초기 연구단계에 있는 첨단 초음속 여객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동북아의 교통중심축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교통부가 밝힌대로 이달말까지 후보지 선정을 마치고 3월말까지 기본설계를 끝내 91년 착공,96년 완공식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건물 한채의 설계에도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상례인데 「21세기공항」을 입지선정에서 착공까지 1년내에 끝내겠다는 것은 졸속ㆍ불실을 공표하는 것이나 같다.
또 신공항같은 시설은 필요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기대효과도 크지만 소음ㆍ오염 등 환경문제를 포함,부정적 측면도 큰게 사실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각적인 검토와 국민의 합의를 거쳐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지 교통부의 한해 업무계획에 넣어 그렇게 쉽게 발표될 성격이 아니다.
교통부는 이제라도 먼 미래 청사진을 과시하기 전에 당장 시민들의 불편을 더는 단기시책부터 체계있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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