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공항철도 '무대책이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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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천공항철도 수요 예상치에 대한 재검증이나 재협상 계획은 있습니까."(기자)

"현재로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습니다."(공무원)

"수요가 너무 적어 해마다 수백억원 이상 세금으로 메울 상황인데 대책이 없습니까."(기자)

"한 5년,10년 동안은 좀 어렵겠지만 철도노선 주변이 개발되고 하면 나아지겠죠."(공무원)

"정부 차원에서 주변 개발계획을 추진하는게 있습니까."(기자)

"아뇨,정부 차원에서는 없고 지자체에서 개발을 하겠죠."(공무원)

"최근 자료를 보면 공항 이용객이 많이 늘어나도 당초 공항 철도의 예상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건데 왜 이렇게 예측이 틀렸습니까."(기자)

"우리도 공항철도 전체 승객 중 25% 정도만이 공항이용객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도시들이 생기면 출퇴근 수요가 훨씬 늘어날 겁니다"(공무원)

"공항철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출퇴근용 철도를 만들려고 했다는 겁니까."(기자)

"우리는 공항 이용객만으로 수요를 잡은게 아니라, (언제 생길지 모르지만) 신도시 인원도 계산한 겁니다"(공무원)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인천국제공항철도는 해마다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을 날려야 한다. 철도는 개통되지만 이용객이 적어 부족분을 국가가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대화는 이런 내용이 보도(본지 26일자 8면)된 뒤 기자와 건교부 담당 공무원 사이에 오간 것이다.

건교부의 반응은 아주 간단했다. 문제는 분명하지만 그걸 고칠 별다른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한 5년,10년은 좀 어렵겠지만..."이라고 남의 얘기 하듯 말했다.

5년,10년동안에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날라가는데 어떻게 이렇듯 담담할까. 아마도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게 아닌 '남의 돈'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공항철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당초 계획을 입안한 당사자들이 아니다. 그들 책임은 아니다. 또 나중에 이 철도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해도 그때까지 이 업무를 담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묻고싶다. 건교부 공무원들은 그게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어도 그렇게 담담할까.

강갑생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