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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훈련 중인데 … 김정일 중국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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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일(사진)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이 분분하다. 일부 언론은 "중국에서 이동 중인 북한의 특별열차를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비밀 방중설'까지 제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설(說)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예상 이동 경로를 다양한 채널로 확인한 결과 김 위원장의 방중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며 "공개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평양에 머물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한.미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방중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북한이 을지연습을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용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군 최고사령관인 김 위원장이 북한을 비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을지연습은 다음달 1일까지 실시된다.

하지만 정부는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지하 핵실험 강행설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북 금융제재가 더욱 강화되면서 김 위원장이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빅딜'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데다 각국의 대북 금융제재 확산, 잇따른 수해 피해 등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중국에 손을 벌릴 요인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 1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는 북한이 중국에 보안 유지를 부탁해 우리 정부가 방중 사실을 하루 전에야 알았다.

◆단둥엔 화물열차만 넘어와=김 위원장이 열차 편으로 베이징(北京)에 갈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단둥(丹東)에서도 30일까지 최근 일주일 동안 특이 동향은 없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설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23일 이후 단둥역 부근에서 일주일간 지켜본 결과 김 위원장이 타고 다니는 이른바 북한의 '특별열차'는 볼 수 없었다. 단둥 인근 지역에서 검은색 관용차들이 줄지어 오갔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해 보니 랴오닝(遼寧)성 관리들의 회의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의 방문이 예상된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진 29일에는 오전 6시쯤 16량짜리 화물열차 한 대만 단둥역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김 위원장이 철도로 이동한다면 단둥역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단둥역 부근의 압록강 철교 주변에는 평상시와 다른 특별 경비 조치가 없었다. 중국 측의 보안 점검.교통 통제와 북한 측의 선발대 파견과 같은 이상 징후도 찾지 못했다.

단둥=안성규 기자,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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