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고아수출」누명 씻을 때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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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얼마전 미국에 있는 CHSM(Children's Home Society of Minnesota)이라는 단체의 이야기를 신문지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CHSM은 70년대초반 미네소타 가정에서 한국고아의 입양을 주선하기 시작한 이래 1889년 세베이스에 의해 창설돼 지금까지 3천명을 입양시켰다. 뿐만아니라 CHSM을 통하지 않고도 7천여명의 입양아들이 미네소타주에 입양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얼마나 많은 우리의 어린이들이 남의 땅에서 익숙치 못한 얼굴을 대하면서 커가고 있는지 반성해야겠다. 우리의 어린이는 결코 남의 손이 아닌 우리 국토안에서 우리의 정감어린 손에 의해 사랑을 받으며 길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의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어떠한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가. 뒷짐지고 해외입양을 「고아수출」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난하고 있을뿐 내 아이가 아니니까 남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가련한 손길을 냉정히 뿌리치고 있을 뿐이다.
정작 사랑으로 감싸야할 우리는 방관자적 입장인데, 그 고아들을 데려다 기르는 외국 양부모들은 사랑과 봉사의 기독교적 박애주의를 밑바탕으로 인간평등사상을 몸소 실현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성장도 이제 선진국대열로 과감히 향하고 있고 온세계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올림픽도 훌륭히 치러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자성할 때다. 배타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받아들일 것은 과감히 받아들이고 버려야할 것들은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넓은 안목과 아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의 발전일 뿐만 아니라 나라를 살찌게 하는 근본이라 하겠다.
또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고아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니 그들은 그 어떤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사랑과 따스한 정을 받고 자라야할 대상이다.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정성으로 돌봐 주어야 겠다.
이 추운 겨울엔 더욱더 그들의 가슴은 시릴 것이다. <회사원> 진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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