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관계 정상화 급하다/지역 대립ㆍ극한대결 극복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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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당통합에 의한 거대여당의 추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일중의 하나는 앞으로 여야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두가지 측면에서 나오고 있다.
하나는 가칭 민주자유당에 맞설 사실상 유일한 야당이 평민당인데 그렇다면 새 여야관계가 비호남대 호남이란 지역대립의 심화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고,다른 하나는 과거 「대여」와 「소야」 시절 흔히 보았던 극한 대립관계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여야관계가 이런 식으로 악화된다면 우리가 바라는 90년대의 성숙된 정치는 도저히 불가능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정계개편 직후부터 지역성 심화 가능성과 거대여당의 독주 가능성을 거듭거듭 경고하고 앞으로 정계의 새 질서를 짜면서 그 해소방안이 강구돼야 함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새로운 여야관계가 지역 대립의 심화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마찰로 나타나지 않게 할 유일한 방법은 민자당과 평민당이 스스로에 내재한 지역성을 탈피하는 길이다.
먼저 민자당은 자기들의 비호남 연합적 성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사ㆍ개발정책 등에 있어 종래와는 다른 획기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호남의 지역감정이 누적된 불공평에 주로 원인이 있음을 안다면 정부와 당의 인사개편에서 과감한 호남 출신의 기용이 있어야 하고,정부와 당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들의 발언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3당의 정치 인구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민자당으로서는 각종 자리의 배분에 애로가 많을 줄 짐작하지만 3당이 전리품을 나눠갖듯 인사개편을 한다면 결코 안될 일이다.
그리고 민자당이 비호남적 특성을 희석시킨다는 명분으로 상대방 사람을 빼내오기 식으로 끌어온다면 여야관계는 더 악화되기 쉽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민자당측의 노력보다 실은 더욱 중요한 것이 평민당측의 자기 쇄신이다.
평민당은 정계지도에 대변화가 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호남지역당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유일 야당이 될 호기인 만큼 이 기회를 살려 당의 지도체제및 진용의 개혁,야당 세력의 규합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주저없이 평민당에 합류하고,하기에 따라서는 평민당 내부에서 득세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양측의 이런 상응한 노력이 있어야 정계개편의 뜻도 살리고 우리 정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여권내에도 이런 지역성의 극복을 위한 여러가지 모색이 있는 것 같고 평민당도 범야세력 규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 우리는 일단 기대를 갖고 주시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생각할 일은 새 여야간의 대화 통로의 회복이다. 3당통합 선언 후 여야간에는 이렇다 할 대화가 없는 채 서로 비난ㆍ비판만 주고 받는,감정이 악화된 상태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곧 닥칠 2월 국회에 앞서 양측은 다시 대화를 열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쌍방이 모두 감정 차원에서는 떠나야 하며,곧 각급 대화통로의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
과거 보았던 「거여」 「소야」간 극한 대립은 이미 어느 쪽에도 득이 될 수 없고,그런 대립을 먼저 만드는 측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임을 쌍방은 알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화와 타협의 여야관계를 출발시키는 노력이 노대통령ㆍ김대중총재간의 회담으로 시작되는 것도 유력한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아무쪼록 새로운 여야관계가 과거와 같은 정쟁이 아니라 국익을 살리는 방법론 경쟁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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