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북한 미사일 발사는 위협·공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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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국 국방장관은 27일 "북한이 지난달 5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잠재적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며 "북한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미사일 기술을 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미사일 발사 의미는 "위협하고 공갈치는(blackmail) 것"이라고 규정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미사일방어(MD)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알래스카 미군기지 포트 그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은 위조달러.마약.미사일 등 무엇이든 팔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진정한 위협은 당장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확산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며, 그것은 북한이 남한에 가하는 위협보다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솔직히 북한을 남한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묻자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의 대북 정보가 매우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 군사력의 전반적인 조건이 열악한 상태에 있다는 건 분명한 반면 한국의 군사력은 향상됐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 공군을 예로 들며 "북한 조종사들의 연간 훈련비행 시간은 미군 조종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0시간 미만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는 듯한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과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이 희망하는 시기보다 3년 이른 2009년에 이양키로 결정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미국은 럼즈펠드 장관이 밝힌 북한 군사력 평가를 근거로 한국에 전작권을 빨리 가져가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한국보다 미국에 더 위협이 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국방부 미사일 국장이 그동안 "북한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의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면 미군의 MD시스템이 그걸 요격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럼즈펠드 장관은 "그런 걸 보길 원한다"며 "앞으로 MD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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