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는 이번 기회에 변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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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내일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일상적인 교육현장 개선 운동에 중점을 둔 특별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한다. 결의문에는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이용, 부교재 가격 인하 운동, 소외 학생용 지역공부방 활성화, 학생 인권 법안 쟁취, 입시 문제 해결 노력 등이 들어 있다. 정치.이념 투쟁에 몰두했던 전교조가 생활 중심 교육운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전교조가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많은 국민의 비판을 실감하고, 위기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교조는 교원 평가, 방과 후 교육 등 각종 교육개혁에는 반대하면서 반미.친북 성향의 이념 교육에 몰두해 왔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전교조가 교육의 걸림돌이란 생각이 확산됐다. 오죽했으면 전교조 산파역을 했던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나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김귀식 서울 교육위원회 의장까지 전교조를 공개 비판했겠는가. 이런 여론은 전교조가 지난달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한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전교조가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교조 대변인은 "대의원 회의에 성과급, 교원평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저지 방안을 상정해 통과될 경우 총력 반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전교조가 설 땅이 계속 좁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교육현장에는 현실적인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시대착오적인 이념, 평등주의에 젖어 세계의 변화를 모른다면 교육의 붕괴뿐 아니라 이 나라에 퇴보만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다. 전교조의 출범 취지는 '참교육'이었다. 집단 이기주의나 이념 교육이 아니었다. 전교조가 진정한 참교육 운동에 나설 때 우리 교육은 좋아지고, 전교조의 앞날도 밝아질 수 있다. 그러지 않는 한 이번 결의문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한낱 위장전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교조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