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실거래값 떨어졌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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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24일 전국 12만9000가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발표하면서 3월을 정점으로 실거래가격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8.31 대책 1주년을 맞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발표인 듯했다.

그러나 실거래가 하락은 거래가 줄면서 급매물 위주로 계약이 성사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도 실거래가 통계로 부동산 가격 동향을 짚어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은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일 뿐, 집값이 하락세로 바뀌었다고 말하기 이른 시점이다.

예컨대 4월 20일 7억원에 거래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33평형(A타입)이 다음날엔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하루 새 집값 차이가 2억1000만원이나 났다. 4개월이 지난 25일 현재 이 아파트의 국민은행 시세는 7억8500만~9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4월 20일에 팔린 집이 급매물이었거나 국민은행 시세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는 셈이다. 또는 4월 21일에 집을 산 사람이 비싼 가격을 치렀을 가능성도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층이나 향, 내부 수리 여부 등에 따라 집값이 최대 30% 차이 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실거래가가 크게 오른 사례를 확인해 보면 부동산 중개업자나 집주인의 호가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건교부가 올 상반기의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불과 며칠 사이에 거래가격의 차이가 2억~3억원에 이르는 단지가 많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럭키아파트 34평형은 3월 9일 5억8000만원과 7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같은 날에 거래된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아파트인데도 가격차가 1억2000만원이나 됐다. 또 강남구 대치동 타워팰리스1차 69평형(B타입)은 3월 23일 24억원에 거래된 뒤 27일엔 27억원에 팔렸다. 나흘 사이의 가격차가 3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6월 12일엔 2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국민은행의 시세 상한가(26억5000만원)보다도 2억8000만원이나 더 비쌌다. 실거래 가격이 3월을 정점으로 4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건교부의 분석이 이 경우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강남구 도곡렉슬 43평형(A타입)은 5월 15일 16억8000만원, 6월 9일 22억원, 6월 26일 14억9000만원으로 가격이 냉.온탕을 왔다갔다 했다. 이 아파트의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는 19억6000만원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도 5월 1일 거래가가 13억원까지 올랐다가 6월 23일에는 10억9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용인시 보정동의 동아 솔레시티는 버블 논쟁이 한창이던 5월 7일 7억4000만원에 팔린 뒤 5월 12일 6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6억2000만~6억4000만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아직 단지별 실거래가 신고량이 많지 않아 집값의 등락을 획일적으로 판정할 순 없다"며 "정보가 누적되면 같은 아파트에서도 큰 가격 차이가 나는 현상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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