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방석에 앉은 고르바초프/소ㆍ동구사태 변화 케넌교수 상원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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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구ㆍ민족분규 난제겹쳐 위치 불안정/미,대소 경협등 강화해야”
소련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며 고르바초프서기장은 위기에 처해있다고 17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조지 케넌씨가 진단했다.
전후 미국무부 정책기획실장으로 대한봉쇄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요 국제문제 처리에 핵심역할을 수행한 케넌씨는 이날 상원외교위 청문회에 출석,이같이 말하고 고르바초프가 짊어지고 있는 문제가 너무 크고 무거워 라이벌조차 그의 자리를 맡으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소련ㆍ동구등에 관한 그의 증언 요지.
소련의 현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은 아직 대도시의 소비자수요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그루지야ㆍ아르메니아ㆍ아제르바이잔등은 내부혼란상태이며 발트연안국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소련의 정치체제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의 과정을 밟고있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상황은 고르바초프에게 어려움과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국제적 명성을 누리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실각이 불가피할 정도로 현재 그가 짊어지고 있는 정치적 부담은 무겁다.
그가 두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난제들이 무겁고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의 잠재적 라이벌들도 이를 떠맡으려 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에 비추어볼때 고르바초프의 입장은 다소 불안정하며 어느때건 급변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후계자가 들어서면 그가 추구해온 정책들을 송두리째 뒤엎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옳지않다.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과 관계없이 그는 냉전극복이라는 두드러진 공헌과 아울러 유럽에 안정과 평화의 기반을 조성했다. 그렇다면 고르바초프와 아울러 우리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미소무역을 불필요하고 바람직스럽지않게 가로막고 있는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둘째,유럽주둔 재래병력의 상호감군을 위한 협상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셋째,동구의 획기적 변화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들과 관련해 소련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극적 사건들을 통해 출현한 동구 여러나라의 새로운 정부들은 앞으로 몇달안에 실시되는 선거결과에 의해 대체될 과도정부들에 불과하며 대부분 수정공산주의자들로 구성돼 있다.
폴란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이들 동구국가들은 앞으로의 정치재편 과업을 수행할 민주주의적 요소들이 결여돼 있다.
나라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수 있겠지만 대체로 새로운 민주주의가 원활히 기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1∼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의 장래에 있어서 한가지 위험스런 국면은 과거 억압돼온 강렬한 민족주의적 감정들이 분출되는 사태일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특히 헝가리와 루마니아간에 국제적 분규가 발생하는 등 지역내부갈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중에서도 잠재적으로 가장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동독의 불안정한 상황,그리고 이에 따르는 통독논의일 것이다.
통독논의는 초기단계에서 안보문제를 제기하게 돼있다. 동ㆍ서독 양쪽에 각기 주둔하고 있는 나토 및 바르샤바조약기구 군대와 동ㆍ서독군대의 존재는 통독과는 양립할수 없는 것이다.
통일문제가 진지하게 검토되려면 양측 주둔군의 근본적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변국가와 미소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는 병력 조정없이 정치적 차원의 통일문제 논의가 있게되면 상황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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