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 루마니아식 봉기 어렵다/평양주재 외교관들이 보는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일성부자 개인숭배 더 고조시켜/북한 전역 「완전폐쇄」… 이념교육 강화
【평양 로이터=연합】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동유럽에서 대대적인 개혁운동이 일기 시작한 이래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루마니아식의 민중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생각할수 없다고 평양주재 외교관들이 최근 밝혔다.
외교관들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서방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루마니아 사태 이후 외국 뉴스에 대한 보도제한을 한층 강화하면서 김일성 부자의 개인숭배도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한 외교관은 루마니아의 공산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한후 북한은 한국으로부터의 방송송신을 차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실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당국은 북한 전역을 「완전히 폐쇄」시키는 기술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관들은 이어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루마니아 민중봉기 사태의 극히 일부만 단편적으로 보도하면서 루마니아 사태는 북한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그러나 『루마니아 인민들의 희망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이달초 북한 공산당이 주민들의 이념교육 강화를 촉구하고 나선 이래 이전보다 정치 집회가 더욱 잦아졌다고 말하고 지난 일요일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적어도 5만명 이상의 군중들이 모여 김 부자의 찬양구호를 외치고 붉은 깃발을 흔들어댔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은 북한 주민들이 그들을 45년 이상 통치하고 있는 김일성 정권에 대해 적어도 겉으로는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한 동구 국가의 외교관은 북한이 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공포국가라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땅에서 반체제 인사를 자임하고 나오는 미친 사람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외교관들은 북한 관리들이 외국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김일성은 일제 식민지에서 조국을 해방시켰으며 통일의 힘을 가진 위대한 인물로 강변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서방기자들의 평양방문을 수행한 한 공식 안내원은 『영국에 여왕이 있고 일본에 일왕이 있듯이 북한에는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관들은 이어 북한주민들은 외부 사람들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고 말하고 집단적이며 유교적 전통의 정신바탕을 갖고 있는 북한인들이 김일성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어버이이며 지도자」라는 관념을 갖는 것은 당분간 극히 자연스런 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김일성 정권의 북한 통제는 매우 교묘하기 때문에 어쩌면 북한이 현 체제를 무한정 지속시킬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또 북한의 한 고위관리가 『북한은 지난 45년간 스탈린주의가 아닌 독자노선을 걸어왔다』며 북한의 공산체제는 동구권과 「완전히 다른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북한에 있는 자유는 「새장 속을 날수 있는 자유」라고 말하고 『북한주민들은 위대한 지도자가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