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발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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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체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으로 집약되는 발레가 군사교육의 한 과목으로 채택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면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루이14세가 1661년 세계 처음으로 왕립무용학교(파리 오페라의 전신)를 설립할 때 한 말을 보자.
『무용예술은 신체의 건전한 발육을 돕는 것과 함께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체력을 단련하는 데도 좋은 운동이 된다. 따라서 무용은 전시나 평화시에도 모두 권장할만 하며 귀족은 물론 일반 서민들에게도 귀중하고 유익한 예술이다.』
그 발레가 러시아에 이식된 것은 표트르대제(재위 1682∼1725년) 때였다. 그는 프랑스의 루이14세를 선망하여 러시아에 서구화정책을 강력히 폈고 그 가운데 사교댄스도 들여와 장려했다.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에서 본격적인 발레를 시작한 것은 안나여제(재위 1730∼40년) 시대였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발레교사를 초빙하여 궁정안의 육군유년학교 생도들에게 발레를 가르쳤다. 루이14세가 군사교육의 일환으로 발레를 가르친 것과 우연한 일치다.
오늘날 「세계 발레예술의 정수」로 알려진 볼쇼이 발레가 탄생한 것은 바로 그 즈음이었다.
볼쇼이(Bolshoi)란 말은 가장 좋은 것,위대한 것,탁월한 것,중요한 것,많은 것을 뜻하는 러시아어다. 그래서 형용사로 쓰일 경우 「좋은」 날이 되고 「엄지」 손가락이 되며 「올바른」 길도 된다.
볼쇼이 발레는 페트로프스키극장을 무대로 사용했는데 이 극장은 본래 브론초프공작 저택의 큰 홀이 산실이 되었다.
당시 브론초프공작의 저택에는 모스크바의 지식인들이 예술 애호그룹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연극이나 발레,오페라를 공연했었다.
볼쇼이는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한때 노동자ㆍ농민을 상대로 무료공연을 갖는 등 대중화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1950년대에 들어 다시 본궤도에 들어와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특히 64년 현재의 안무가 그리고로비치가 30세에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고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볼쇼이발레단이 오는 3월 서울에 와서 『백조의 호수』와 『지젤』 전막 공연을 갖게 되어 벌써부터 발레팬들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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