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제안 정면거부/리투아니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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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방개편ㆍ독립허용”은 속임수/아제르바이잔ㆍ그루지야에서도 인종분규 악화
【빌니우스 APㆍAFP=연합】 소 연방으로부터의 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는 리투아니아 공화국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12일 각 공화국들의 연방탈퇴를 가능케하는 법안마련을 고려할 것이라는 고르바초프 공산당서기장의 발언을 「거짓말」이라며 맹비난했다.
리투아니아 재야 주도세력인 사주디스(인민전선운동)의 비타우타스 란스베르기스 의장은 현재 리투아니아를 방문중인 고르바초프가 11일 현지 지식인들과 가진 한 TV대담에서 연방내 각 공화국의 독립허용에 관한 법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면서 그의 발언은 『순진한 인민들,특히 서방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고르바초프가 그같은 법안을 마련했는지,혹은 다른 사람이 그에게 이 법안을 제의했는지를 알고 있지않다』고 말하고 『만일 우리가 고르바초프의 계획을 수용할 경우 리투아니아가 소련의 합법적인 일부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는 빌니우스도착 직후 리투아니아는 절대로 소연방을 탈퇴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리투아니아의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천명했으나 이날밤 TV로 방영된 지식인들과의 대담에서 각 공화국들이 연방에서 탈퇴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한 법안이 조속한 시일내에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이 대담에서 연방탈퇴가 가능한 법안의 초안은 해당 공화국이 이에 관련된 물적ㆍ인적 세부사항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그러나 자신은 50년간을 연방의 일원으로 살아온 리투아니아 주민들이 연방에서 떠나지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소련인종불안이 11일 남부지방을 휩쓸어 아제르바이잔의 항구도시 렌코란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인 수백명이 관공서를 봉쇄하고 방송국을 점거했으며,그루지야의 작은 도시 카렐리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그루지야인들이 공무원들을 관공서에서 몰아냈다고 12일 전해졌다.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는 12일 아제르바이잔의 정치권력이 민중들의 정치단체인 인민전선 대표들의 수중에 전적으로 넘어갔다면서 수백명의 시위군중은 공무원ㆍ군장교ㆍ경찰이 직장에 못들어가도록 막고 질서유지를 위해 그들 자체의 「임시 방위위원회」를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그루지야에서는 11일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공화국 수도 트빌리시 서북 85㎞의 카렐리시에서 공무원들을 청사에서 몰아냈다고 운동원 이리나 사리슈빌리가 전했다. 이들 시위대는 시청과 지방관공서를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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