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만 소화 … 강남 거래 물량 80%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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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3.30 대책 이후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거래가격과 거래량이 뚜렷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발표된 8.31 정책에 이어 각종 규제가 겹치면서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살 경우 대출금액이 주택담보비율이 아닌 개인의 급여와 이자 상환액을 고려한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따라 결정되면서 고가 주택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게 꺾였다.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4월 이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도 많이 하락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경우 거래량도 3월 이후 석 달 새 80%나 감소했다.

◆ 거래 움츠러들며 가격도 떨어져=1월부터 급등세를 탔던 강남 3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73평형)는 2월 32억4900만원에 거래됐으나 4월에는 28억4900만원으로 하락했다. 5월 12억5800만원이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34평형)는 6월 10억89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13.4% 급락했다.

평형별로는 25평형대 이하 소형이 3월 2551만원에서 4월에는 평당 2402만원(-5.8%)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중소형 재건축 아파트들의 호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5, 6월 들어 32~40평형대 중형 아파트는 5월 9%, 6월 6.8% 하락했고, 40평형 초과는 5월 7%, 6월 12.8% 떨어지는 등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이 커졌다.

강북 14개 구는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이 포함된 40평 초과 아파트만 4~6월 연속 3개월 평균 3.5% 하락했을 뿐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덜 오른 만큼 하락폭도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강북 14개 구 전체의 평당 평균 실거래가는 2월 846만원에서 3월에 872만원으로 올랐다가 4월 871만원, 5월 864만원, 6월 851만원으로 0.1~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은 3월 4705건에서 6월엔 2626건으로 감소했다.

강남 3구와 함께 올 3월까지 가격 상승폭이 컸던 분당 등 5개 신도시 역시 4월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3월 1120만원이던 평당 평균 가격은 6월엔 935만원(-9.0%)으로 낮아졌다. 특히 판교 분양의 후광을 입었던 분당의 경우 3월 평당 가격은 1815만원까지 올랐으나 6월엔 1476만원으로 339만원이 내렸다. 반면 입주민의 담합이 많았던 중동 신도시는 3월엔 716만원이던 평당 가격이 6월엔 783만원(3.0%)로 오르기도 했다.

부산 등 6대 광역시의 거래 가격도 올 상반기 대체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 실거래가와 시세 차이 커=분당 서현동 우성 아파트(25평, 6월 기준)는 실거래가가 3억3000만원이었지만, 시세정보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3억3650만~3억4500만원이었다. 과천 주공2단지(16평)도 실거래가는 5억5000만원이었지만 정보업체 시세는 6억원이었다. 대개 실거래가보다 정보업체 시세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서울 압구정동 미성 아파트(32평)처럼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8억992만원이었지만 시세는 7억7504만~8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향후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로 수요자들이 매수 시점을 늦추면서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대세 하락으로 판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급매물들"이라며 "급매물 해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본격적인 안정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준현.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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