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0¥ 무너질 가능성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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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계 외환시장에서 '미스터 엔'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전 대장성 재무관)는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당 1백엔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약한 달러'정책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으로 보는가.

"현재 미국 재무부는 달러 약세를 원치 않지만 백악관 등 정치권은 내년 선거를 의식해 당분간 달러 약세를 용인할 자세다. 즉 대외적으론 '강한 달러'정책을 내걸면서도 정부 안에서는 달러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할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이 계속되면 달러당 1백엔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엔고(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인데.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난 여름까지는 성공적이었지만 이제는 안된다. 이미 일본의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이 시장 전반에 폭넓게 확산됐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사실상 '약발'이 다했다. 일단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바뀔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일본 정부는 일단 달러당 1백엔을 방어선으로 대처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왜 급격히 엔고가 진행되나.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변했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다. 또 2기에 접어든 정보기술(IT)의 혁신은 응용기술이 근간이 되는데 이 분야는 일본이 매우 강하다. 이 때문에 지난 5월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반면에 미국 경제는 이미 절정기를 지났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현재 미국의 무역.재정적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내년에는 미 경제가 크게 실속(失速)할 가능성이 크다."

-엔고로 인해 일본 경제가 다시 추락할 가능성은.

"경기에 다소 영향은 주겠지만 펀더멘털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기업들도 수출만 하는 것이 아닌데다, 그동안 환율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해 놓았기 때문에 달러당 1백10엔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최근 추세를 보면 한국 원화와 엔화의 탈 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 경제는 다소 후퇴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일본 경제는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원-엔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동향에 달려 있다."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강한데.

"중국 정부가 향후 5년 안에는 절대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아직 일본의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수준이다. 게다가 부실채권도 일본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최소한 5년가량은 7~8% 수준의 고성장을 계속해야만 한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내가 접촉한 중국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내린 결론이다. 미국의 압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일본.한국이나 미국의 압력에 약하지,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김현기 도쿄특파원, 사진=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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