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변화보다 한걸음씩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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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북한은 자주를 내세워 오랫동안 외부의 영향을 피하려고 노력해 온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나라다.
중국과 소련의 개혁에 대해서도 공산혁명에서 이탈하는 것이라 하여 부정적·비판적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동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들도 이같은 시각의 연장선에서 볼 것이다.
북한이 경제 및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온 동구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는 북한에 난제를 던지고 있지만 북한은 오래전부터 어느정도의 변화를 예상하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의 88년초 신년사나 평양축전 기념사는 사회주의를 자본주의로 되돌리려고 하는 것을 『반역사적·반인민적 책동이며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최근 중국의 경화가 오히려 북한에는 가까운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2>예측할 수 없으나 최근 북한에도 고등교육을 받고 기술을 습득한 세대가 늘어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의 생각이 밖에 있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혁명노선과 개방노선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3> 어떤 형태로의 통일이냐가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이나 통일을 두 체제가 공존하며 서로 융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본다면 통일의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남북대화가 논쟁단계에 있고 구체적 결실을 거두지 못해온 만큼 남북관계는 아직도 고착된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몇해전만해도 대화시도도 하지 않았고 또 만난다고 해도 큰 소리만 치던 것에 비하면 최근의 대화 자체나 서로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등은 상당한 발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몇햇동안에 발전되고 있는 한반도와 동구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호전시켜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발상으로 남북관계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단정한다면 잘못이다.최근 변화는 70년대말이나 80년대초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으며 서로를 보는눈·태도등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 놀라운 일이다.
단기적으론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처럼 조금씩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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