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시리즈 1차전] "내가 최고포수" 자존심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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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현대와 SK의 공통 분모는 '데이터 야구'다. 상대 투수와 타자의 아킬레스건을 일일이 꿰고서 집중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데이터 야구'의 출발점은 포수다. 현대와 SK에도 걸출한 포수가 버티고 있다. 바로 김동수(35.현대)와 박경완(31.SK)이다. 이들은 감독의 대리인이다. 그래서 현대-SK전은 '포수전'이라고 불러도 된다.

◇현대 김동수

야구선수로서 그의 나이는 '환갑'이다. 하지만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프로야구 최초의 포수 출신 신인왕''골든글러브 6회 수상''프로 14년차 베테랑 포수'등의 숱한 꼬리표가 그의 노련미를 대변한다.

1990년대 중반 '국내 최고의 포수'였던 김동수는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99년 말 삼성과 FA(자유계약선수)계약을 했지만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이적한 SK에서 방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둥지를 튼 현대에서 김동수는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노련한 투수리드와 절묘한 볼 배합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직행시킨 1등 공신이 됐다.

김동수는 올해 프로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어섰다. 도루저지율도 0.378이나 된다.

◇SK 박경완

포수 출신인 조범현 감독은 "내가 아는 모든 노하우를 박경완에게 전수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박경완은 SK 공수의 핵이다.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한 그의 노련미는 채병룡(21).제춘모(21).이승호(22).송은범(19) 등 SK의 젊은 투수들을 리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대에는 박경완이 위협적인 존재다. 박경완은 올해 SK로 건너오기 전에 무려 5년간 현대에 몸을 담았다. 현대 타자들의 약점은 물론 소소한 습관까지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손자(孫子)가 병법에서 설파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란 말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실현될지 모른다. 도루저지율은 절묘하게 김동수와 똑같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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