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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가사노동 가치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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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나 가사노동의 가치를 정말로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을까. 가정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그렇기에 기업에서처럼 승진.감봉.해고와 같은 장치를 쓸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런 평가와 장치를 쓰게 된다면 가정은 오히려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가정은 희생과 사랑을 기초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의 사랑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또한 기업처럼 가사노동은 정해진 시간도 없고 정해진 할당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일일이 평가할 수 있겠는가. 가끔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라는 식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노동에 대해 견주어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가사노동에 억지로 가치를 매긴다면 끊임없이 분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만 가정 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당사자에겐 분할 재산을 줄이는 등 예외 조항을 두어 다툼의 소지를 줄여야 할 것이다.

최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