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희망을 가지면 어려운 도전도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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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희망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자. 대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가상의 상황이 제시되었다. '여러분이 B 이상의 성적을 받으려는 목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성적의 30%를 차지하는 첫 시험의 점수를 받아 보니 D였다. 지금은 D 등급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희망'은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높은 희망이 있는 학생들은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며 최종 성적을 보완할 수 있는 시도를 해 보겠노라고 대답했다. 이에 반해 보통 수준의 희망을 가진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보완할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결단하는 것은 훨씬 떨어졌으며 낮은 희망을 가진 학생들은 크게 낙담하고, 성적에 대해 쉽게 포기를 했다.

이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연구를 발표했던 캔자스 대학 심리학 교수 C.R. 스나이더 박사는 희망의 크기가 서로 다른 신입생들의 입학 첫 해의 학업 성취도도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학에서 어떤 성적을 보일 것인가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IQ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SAT 점수보다는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한 훨씬 우수한 지표임을 밝혀냈다. 즉, 대체로 비슷한 IQ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비교할 경우 개인별 EQ 지수가 학업 성취도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스나이더 박사는 "높은 희망을 가진 학생들은 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다. 지능이 동일하면 학교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희망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희망은 재앙 가운데서 단순히 위안을 제공하는 이상의 의미를 제공한다. 희망은 학업 성과에서부터 귀찮은 업무의 감내 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희망은 단순히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믿는 '낙관주의'를 뛰어 넘어 실제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스나이더 박사는 "희망이란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성취할 수 있다는 의지력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갖고 있다고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나이더 교수에 의하면 높은 희망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동기 부여를 통해 힘든 시기에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혹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때에는 다른 방식을 찾거나 목표를 전환하는 유연성과 방대한 과업을 보다 작고 관리 가능한 부분으로 나누는 감각 등을 보여준다고 한다.

EQ의 관점에서 볼 때,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나 실패에 처해도 패배주의적 태도나 불안, 우울 증세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희망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목표추구를 위한 생활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우울을 경험하는 빈도가 훨씬 적으며, 전반적으로 불안이나 감정적 스트레스도 훨씬 적게 나타난다. (대니얼 골먼, 1997)

한 예를 들어보자. 수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미국팀 선수였던 매트 비욘디에 대해 큰 기대를 했을 것이다. 많은 스포츠 기자들이 비욘디를 1972년에 7개의 금메달 획득이라는 위업을 세웠던 마크 스피츠에 비교하기도 했지만. 비욘디는 처음으로 나선 200m 자유형 경기에서 3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다음 100m 접영에서는 계속 선두에 있다가 놀라운 스피드를 낸 다른 선수에게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넘겨주게 된다. 이것을 본 스포츠 캐스터들은 두 번의 패배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비욘디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비욘디는 패배를 딛고 일어나 이어지는 다섯 경기 모두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놀라운 성적을 보였다. 1988년 초에 비욘디 선수의 낙관주의를 테스트했던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이러한 그의 성과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셀리그만 박사는 실험을 통해 이미 비욘디의 감성지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 실험은 미국 대표팀 수영 코치가 선수들의 최고 기록 측정을 위한 연습 경기를 가진 뒤, 기록한 실제 시간보다 훨씬 늦은 기록을 제시하고, 그 다음 경기의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수영 코치가 연습 경기를 마친 비욘디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제시했는데 비욘디는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잠시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시도한 다음 경기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희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일련의 실패와 좌절에도 앞으로는 잘 될 것이라는 강력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희망은 우리 자녀에게 반드시 길러주고 싶은 감성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재환 아일랜드 대표
www.wizisl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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