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여름휴가 중 탐독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여름휴가 중 독서 테마는 '핵무기'였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4~13일 텍사스주에 있는 자신의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흘간 휴가를 즐기는 동안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미국의 프로메테우스'(사진)를 탐독했다.

유대계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미국 정부의 극비 핵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된다. 3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 45년 7월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핵실험을 성공시킨다. 칼 버드.마틴 셔윈이 함께 쓴 784쪽짜리 이 책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이후 미 행정부에 대일 핵 공격을 제안하고, 대상 도시를 히로시마 등 네 곳으로 지목했다. 그 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돼 20만 명이 숨지고, 전쟁은 끝났다.

이 공로로 오펜하이머는 46년 미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원폭의 참상에 충격을 받은 그는 "큰 죄를 저질렀다"며 평화주의자로 변신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 군부는 그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고 핵 연구에서 배제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이 책을 고른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악관 주변에서는 북한.이란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 밖에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카뮈의 소설 '이방인'영문판도 읽었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리처드 카워딘이 지은 링컨 전기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야구스타 클레멘테의 일대기도 읽었다.

유에스 뉴스&월드리포트 최신호는 "부시 대통령은 '책벌레'라며 휴가 때마다 자신의 오른팔인 칼 로브 비서실 부실장과 책읽기 경쟁을 벌인 끝에 현재 로브를 60권 대 50권으로 앞선 상태"라고 전했다.

유에스 뉴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링컨에 관한 책과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 일대기 등 야구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다.

농노해방에 앞장선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전기와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의 일대기도 독파했다. 뉴욕 타임스는 "대통령의 독서 목록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007 스릴러를 탐독한다는 사실과 함께 애독서 10선이 공개되면서부터"라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부시 대통령의 독서 목록

.미국의 프로메테우스 : '원자폭탄의 아버지'로버트 오펜하이머 전기

.클레멘테 : 푸에르토리코 출신 야구스타 클레멘테의 일대기

.이방인 :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카뮈의 소설

.마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 마오쩌둥의 전기

.알렉산드르 2세 : 농노를 해방시킨 러시아의 황제 이야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