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세계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999년 이후 계속 늘어나 2004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올 들어서는 1조1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의 현금 선호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주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가 중 33%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메릴린치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JP모건의 시장전략연구소 책임자인 얀 로에이스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안전한 자산인 현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메릴린치가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기업 이익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52%에 달했다. 이는 지난 7월 조사(44%) 때보다 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데이비드 보우어스 컨설턴트는 "이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FT는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익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설비도입.공장건설 등 자본투자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성장의 관점에서 투자하기보다는 단기적인 현금 흐름과 주주 배당 등을 중시하면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에선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 등 직접 금융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액수는 3조1387억원으로 전달보다 30.9% 감소했다. 특히 주식 발행은 전달 대비 48.0%나 줄었다. 이 중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전달보다 절반 이상(52.5%), 기업공개도 17.9%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도 전달에 비해 26.3% 준 2조6355억원에 그쳤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선임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조정 양상을 보이는데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 탓에 자금조달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윤창희.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