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만 공사 현장로포] '동북아 물류중심' 기초닦기 구슬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부산 신항만 공사 현장은 2만t급 모래 채취선과 3천t급 해상 크레인 등 첨단 장비로 가득했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일부 제방이 유실되는 등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곧바로 철야작업을 해 전체 공사는 당초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14일 취임한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산 신항과 광양항을 조기 완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신항만 건설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張장관은 특히 "부산 신항(7개 선석)을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철도에 이어 사상 두번째 규모의 국책사업인 부산 신항만 공사가 태풍 '매미'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2011년까지 9조1천5백42억원이 투입되는 부산 신항만은 컨테이너 선박 30척을 동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다.

2006년 3척의 컨테이너선 터미널을 운영하기 시작해 2007년 4개 선석을 추가 개장할 계획이다. 이후 2011년까지 나머지 23개 선석이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 부산항의 컨테이너선 동시 처리 능력(17척)의 배 가까운 규모다. 동북아 물류 중심지의 기초가 닦이는 셈이다. 배후에는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해 한 곳에서 하역.분류.운반이 가능해진다.

◇신항 조기 개장에 박차=2011년까지 9.95㎞에 이르는 컨테이너 전용부두와 2백만평의 컨테이너 장치장, 1백15만평의 배후 물류기지가 들어서게 된다. 완공되면 연 8백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미국의 항만 운영회사 CSX 월드 터미널 등 9개 업체가 6선석 규모의 북컨테이너 부두를 민자로 건설하고 있다. 9천1백56억원이 투자되며 완공 후 50년간 터미널을 운영해 투자금을 환수하게 된다. 연인원 12만명이 투입될 예정이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민자 건설 현장에는 연간 1천만㎥의 바닷모래를 수심 1백m 깊이에서 채취.운반할 수 있는 2만t급의 모래 채취선과 약 2천7백t의 구조물(안벽)을 운반할 수 있는 3천t급 해상 크레인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다.

태풍에 따른 해일로 부산신항만의 제방 일부가 쓸려내려가 1백25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고 수천t의 쓰레기가 밀려와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민자사업자들은 휴일 없이 철야작업을 강행, 지연된 공사기간을 만회했다.

정부는 부산 신항 1단계 개장을 당초 2007년 8월에서 2006년 12월로 8개월 앞당기고, 그 중 3선석은 2005년 12월까지 준공해 개장을 15개월 단축할 방침이다. 동북아 물류중심항의 위치를 선점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늦어지면 경쟁항에 추월당해=부산항의 최대 경쟁항구인 상하이항(5개 터미널 18선석)은 2020년까지 50선석, 가오슝항(5개 터미널 24선석)은 2020년까지 38선석을 갖출 계획이다. 홍콩항(5개 터미널 22선석)도 2011년까지 39선석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기존 부산항만으론 2005년에 컨테이너 화물 처리 수요가 1천만TEU를 웃돌아 4백43만TEU를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컨테이너선 1척 기항 때 약 9억원의 수입이 발생하고, 환적 컨테이너 한개에 2백20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1선석을 조기 개장하면 연 9백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민자사업자에게 투자비의 90%를 보장하는 대신 수익이 1백10%를 넘을 경우 이를 환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자사업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부산 신항의 성장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부산=정재홍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