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 되찾은 「순교의 도시」|배명복 특파원 유혈진원지 티미시와라시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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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의 붕괴와 그의 처형으로 이어진 루마니아 민중혁명의 진원지 티미시와라시 시민들은 「순교의 도시」로 자처하며 24년 독재를 자신들의 피값으로 몰아냈다는 자부심에 가득차 있었다.
차우셰스쿠 정권 몰락 4일째를 맞는 헝가리 인접 티미시와라시는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26일 루마니아 국영TV가 차우셰스쿠의 처형사진을 공개하자 TV주변에 몰려있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성을 질렀으며 루마니아 새 역사의 출발을 자축했다.
루마니아 정부군과 차우셰스쿠지지 보안군간의 시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기간 일손을 놓았던 티미시와라 시민들은 하나 둘 일터로 복귀하고, 끊어졌던 전차와 버스도 완전 정상은 아니지만 운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문을 닫았던 상점과 주유소들도 하나 둘 문을 열고 두절됐던 전화도 조금씩 연결되고 있었다.
기자는 26일 낮 유고슬라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떠나 유고·불가리아 인접 루마니아국경지대를 관통하는 유고·루마니아 간선도로를 따라 티미시와라에 도착했다
티미시와라는 베오그라드에서 국경도시 스타모라 모라비타까지 1백km, 검문소가 있는 이곳에서부터는 50여km 떨어져 있다.
티미시와라시에 도착하자 시내 곳곳에서는 루마니아국기의 3색을 본뜬 완장을 두른 군인과 청년들의 검문·검색이 계속되고 있었다.
군인들은 기관총으로 무장, 탱크·장갑차를 앞세우고 티미시와라시 요소 요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 같은 정규군의 포진은 티미시와라시가 아직도 완전히 평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티미시와라시는 루마니아 사태에서 처음으로 유혈사태가 발생, 가장 큰 피해를 본 도시로 차우셰스쿠 몰락의 도화선이 됐었다. 최근까지 정규군과 보안군의 시가전이 있었던 것을 증명하듯 시가지 곳곳이 벌집처럼 되어 있었다. 상점들도 한두집 건너 파괴됐으며 공공건물의 유리창도 거의 깨져 있었다.
티미시와라에서 만난 비극의 주인공들인 고문피해자와 간호원 등 목격자들은 이미 도시가 평정상태를 되찾아가고 있는 지금 며칠전의 악몽에 몸을 떨었으나 자유를 되찾는 기쁨에 희망찬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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