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권력 이양받은 동생 라울 "미국과 관계 정상화 생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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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와병 중인 형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으로부터 쿠바 최고 권력을 임시 이양받은 라울 카스트로(사진) 국방장관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라울 장관은 이날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과 항상 대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정상화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라울 장관이 지난달 31일 권력을 임시 이양받은 뒤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미 정부관리들은 외부 힘으로 쿠바 국내정치를 흔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을 경계했다. 그는 권력을 이양받은 직후 군 병력을 수만 명 증원했다고 밝히고 "미국 강경파들이 '바로 지금이 혁명을 무너뜨릴 적기'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에 최대한 대비해야 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라울 장관은 또 미국 정부가 TV와 라디오 광고로 카스트로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관련, "미국 정부가 납세자들의 혈세를 흑색선전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쿠바에서는 그 방송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며 "조잡스러운 선전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 피델 카스트로의 건강에 대해서는 "점차 회복되고 있으며, 치료 과정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라울 장관을 쿠바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가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에 불과하다는 뜻에서 '피델 라이트(Fidel light)'로 부른 뒤 "우리는 피델 라이트의 발언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도 이날 낸 성명에서 "미국은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보 업무를 전담하는 '특별 관리자'를 임명하기로 했다"며 쿠바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그동안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만 전담 정보관리자를 임명해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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