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FM『대행진』이숙영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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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어제 마신 술이 덜 깨고 상하시는 분, 부인 바가지로 의기소침해진 분, 일이 밀러 마음이 무거우신 분, 모두 다 잊어버리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저와 같이 운동합시다.』경쾌한 팝 음악에 뒤섞여「퐁퐁 튀는」목소리에 듣는 사람이 몸을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날마다 그 날 죽고 다음날 아침 다시 살아나는 거죠. 새로운 날은 항상 전날에 대한 배반이고 혁명이어야 한 다죠. 자, 오늘은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아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 아침마다 FM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을 상쾌하게 자극하는 맑은 목소리.
매일 아침7시부터 9시까지 KBS2 FM(89.1MHz)의『FM대행진』에서「새벽만 되면 생기가 넘쳐흐르는」이숙영 아나운서(33)는 교통체증때 시달리는「출근길 오너 드라이버들의 연인」이 된다.
이씨는 귀에 익은 팝 음악과 생활정보, 교통상황, 스포츠화제, 문화계 소식 등을 섞어가며 깜찍하고. 기발한 멘트로 청취자들을 어느새 사로잡고 만다. 80년 이대영문학과 졸업과 동시에 KBS아나운서로 입사한 이씨는 여러 프로를 맡아봤지만 『FM대행진』진행자가 되고는 같은 시간경쟁사 프로의 스타급 진행자 들을 넷이나 물리치고 KBS로선 드물게도 3년이나 장수하고 있다.
새벽부터 방송국에 나와 아침프로를 항상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이 아나운서는 프로를 끝내자마자 다음날 자기프로를 들으며 잠을 깨 일터로 나서는 직장남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각종 문화행사를 섭렵하고, 시집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고,「서류를 파악키 위해」디스코테크에도 곧잘 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이제는 철저한 프로기질을 가지고 전혀 새로운 실험적 형태의 방송을 해보고 싶어요.』
대학 때부터 공부해온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써보고도 싶다는 이씨는 활성화되지 못한 여성토론 프로그랙을 맡아 모든 걸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옷을 마련하는 것이 방송인으로서의 바람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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