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2005년보다 안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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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실속 없는 장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물건은 많이 팔았지만 이익은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1000원어치를 팔면 80원을 남겼으나 올해는 66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유가와 원자재 값 급등으로 비용이 늘어난데다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법인의 올 상반기 결산 결과,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548개 기업(제조업+금융업)의 순이익은 2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 줄었다. 반면 매출은 328조5000억원으로 6.9% 늘었다.

제조업체의 상반기 총 순이익은 18조6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13.7% 감소했다. 매출은 307조3000억원으로 6.3% 늘었다. 원유와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철강금속.전기가스.화학 업종 등의 채산성이 특히 나빠졌다. 포스코의 반기 순이익은 1조3911억원에 그쳐 지난해보다 46%가 줄었다. 한국전력공사와 현대자동차의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37% 감소했다.

반면 금융업은 짭짤한 이익을 냈다. 교역 조건 악화 등 대외 영향을 거의 안 받은데다, 외환은행 매각 등에 따라 부실 자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금융업의 순이익은 모두 3조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8% 늘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58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77.53%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 기업들의 사정은 더 나빴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1.5% 늘었지만 순이익은 29.1%나 급감했다. 총 순이익은 8100억원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1조1400억원)에 비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올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129개나 되면서, 전체 적자기업은 296개사가 됐다. 전체 상장기업(835개) 중 적자기업 비율은 전년보다 4.6%포인트 오른 35.4%로 뛰었다. 코스닥 상장사 100곳 중 35곳이 적자를 기록한 꼴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유가 급등세가 멈춘데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고 있어 하반기에는 IT 위주의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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