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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섬·벽지교사 "잘 곳 마땅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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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30리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D중·고교는 교원 33명의 이른바 접적지학교. 이 같은 벽지환경에 사택이 모자라 이 학교 교사들이 겪는 애로는 차라리 서글프기까지 하다.
『사택 4채가 있으나 작년과 재작년에 지은 2채에는 교장과 교감이 들어있고 나머지 낡은2채엔 고참교사들이 살림을 해 새로 부임해온 신규교사들로선 언감생심이지요.』
이 학교 김모교사(35)는 『이러다 보니 멀리 속초에서 출퇴근하는 몇몇 교사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학교에서 좀 떨어진 해수욕장 근처에 하숙이나 셋방살이를 하고있다』고 했다.
그나마 여름철이면 하숙이나 셋방에서 쫓겨나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해수욕장에 몰려드는 피서객 중 민박손님의 한철대목을 노린 집주인의 성화로 방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짐은 주인집 골방이나 학교구석에 쌓아두고 잠은 숙직실에서 자며 지겨운 여름철의 집 없는 설움을 겪는다.
김 교사는『접적지학교 근무만 해도 불편이 많은데 사택마저 없어 하숙집에서 쫓겨나는 연례행사(?)를 치르는 신세까지 왜 겪어야하는지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강원도내 5백79개 벽지학교에 근무하는 교원 수는 5천7백69명. 그러나 사택은 1천8백43채로 교원 수에 비해 30%에 머물러 70% 3천9백26명이 집 없는 불편을 겪고있다.
사택부족도 문제지만 있는 사택이 낡고 비좁아 살림하기 힘들 정도여서 입주를 기피하는 현상도 없지 않다.
경남 통영 군산양면 새섬의 학림국교 관내 4개 분교의 경우 교사 12명에 사택 6채가 있으나 규모가 5∼10평의 부엌 딸린 단칸방.
『두 식구가 살기도 힘들어요. 이러고도 교원사택이라니 말이 됩니까.』
D분교 이모교사(37)는 『여기다 워낙 낡아 장마때나 겨울철엔 집 간수하기조차 수월치 않아 고역까지 치른다』며 『올 겨울방학동안 셋방을 구해 나갈 작정』이라고 했다.
특히 겨울철 난방을 연탄으로 해결하는 사택이 대부분을 차지해 연탄가스사고 위험까지 안고 있다. 85년2월 강원도 삼척군 도계읍 D국교사택에서 부부교사가 허술한 방 틈으로 스며든 연탄가스에 중독, 숨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서벽지에 부임하는 교사들 중 아예 가족들과 헤어져 2중 살림을 하는 교사가 많아 가계비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전국의 도서벽지학교는 분교를 포함, 2천5백34개에 교원 수는 1만6천5백59명. 사택은 4천5백 채로 추계 되고 있으나 교장·분교장용 2천여 채를 빼고 나면 일반교사용은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일반교사들에게 돌아가는 사택은 6∼7명당 한 채 꼴. 그래서 방을 못 구한 교사들이 3∼4명씩 합숙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골고루 마련되지 않아 경남도내의 경우 3백5개 도서벽지 학교 중 6개 국교와 1개 중학교는 사택이 한 채도 없다.
주택난을 겪기는 도시지역 교사들도 마찬가지. 주택청약부금을 4년째 부어온 서울마포구 S국교 박모교사(36)는 올 봄 중계동 시영아파트 공무원특별분양을 신청해 놓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서부교육구청 관내 4천여 교사들이 신청했으나 배정 받은 사람이 단1명뿐이었다.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도 올해 주택특별임대분양사업을 벌였지만 전국에서 배정 받은 교사는 고작 2백77명에 그쳤다. 현재 교사주택보유율은 62.1%(총무처통계)로 전국민 평균인 69.4%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무주택 일선교사들은 이에 따라 건설부에 지역단위 교원주택조합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건설부측은 학교단위 구성을 고집해 사립과 달리 교사이동이 많아 학교단위 주택조합구성이 불가능한 국·공립학교 교사들의「내집마련의 꿈」은 멀기만 하다.
교원복지 중 주택문제 다음으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원연금과 자녀학비지원. 사립은 학교운영 난으로 공립만큼 중·고생자녀학비보조수당을 못 받고 있으며 학자금이 많이 드는 대학생은 학자금 수당지급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교원연금은 공·사립으로 2원화 되어있는 가운데 74년 연금법 시행 전 사립에서 공립으로 옮긴 교사들의 사립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불만이 높다.
교사들은 81년부터 묶인 퇴직연금상환선을 월보수액의 80%(현행76%) 이상으로 올려야하고 본봉이나 다름없는 교직수당(월11만원)도 연금산정에 포함시켜 군인들처럼 공·사립을 합친 「교원연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서벽지학교의 사택 증설, 교통편의 제공, 주택수당, 전출시 이사경비 지급, 주택청약시 우선순위 부여, 자녀학비감면혜택 확대, 연금제개선 등이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이 외면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사택이 없어 인근 광업소에서 제공한 광원사택에 살고있는 경북봉화군 D국교 신모교사(40)는 『「교원복지의 질이 곧 교육의 질」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안남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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