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물꼬」경제선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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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독의 국경개방조치 이후 처음 갖는 양독 정상회담이 될 콜 서독총리의 동독방문이 19일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말 3단계 독일통일방안, 10개 실천사항을 발표한 콜 총리는 이번 동독방문에서 궁극적으로 독일통일을 놓고 보다 구체적 사항을 동독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콜 총리의 방문에 앞서 동독을 방문한 하우스만 재무장관이 동독에 거액의 재정원조를 약속한 것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서독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협력에서부터 매듭을 풀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동독측은 지난번 콜 총리의 통일제안에 대해 동독이 계속 사회주의국가로 남아야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변함이 없으나 동·서독이 민족적 일체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대원칙을 표방(동독공산당의 새 강령)하는 등 상당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국가들은 통독이 독일민족의 자결에 따라야한다는 원칙에는 수긍하면서도 정작 그 실현에 대해선 경계하는 입장이다.
『독일통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6일 소련을 방문,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만나 『통독은 기본적으로 동·서 접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성급한 통독반대입장을 밝혔다.
서유럽지도자들은 지난번 콜 총리가 통독 10개 실천항목을 공표할 때 자신들과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서독이 이를 순수하게 「국내문제」로 처리한데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측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서독방문에서 서독이 통독문제에 관해 「점진적으로 신중하게」접근해줄 것을 요구한바 있다.
그러나 독일 내부, 특히 동독에서 통일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군중시위에 서독국기가 공공연히 등장하는가하면, 「독일은하나」임을 주장하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의 숫자도 점점 늘고있다.
실제로 지난11일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에선 30만명이 운집한 시위중에 통일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독정부는 지도력의 공백상태로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못하고 있다. 브레진스키 전 미대통령 안보보좌관은 구 지도부의 부정부패·비리에 분노하고 있는 동독인들이 현정부를 무너뜨리고 인민의회를 구성, 이들이 일방적으로 독일통일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이럴 경우 동독에 38만 군대를 주둔시키고있는 소련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거리라고 말하고있다.
한편 신중을 요하는 정치적 분야와는 달리 경제분야에선 양독간에 이미 통일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독일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은 최근 동독의 트라반트 자동차의 새 모델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협정을 체결했고, 서독 제2의 은행인 드레스덴 은행이 동독에 지점개설을 추진중이다.
서독의 하우스만 재무장관은 최근 동독방문에서 양독 경제협력위원회 설치에 합의했으며, 동독의 공해문제 해결을 위해 5억8천만달러 원조를 약속했다.
서독의 루프트한자와 동독의 인터플루크 항공회사는 동·서독간 취항편수를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최근엔 루프트한자가 동독 공산당기관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에 전면광고를 게재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동·서독 정부는 조만간 현재 억류중인 스파이들을 대량으로 교환하는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번 동독방문에서 콜 총리는 주로 덜 민감한 부분인 경제협력문제를 놓고 동독측과 토의할것이며, 양독간 협력관계를 단계적으로 확대,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른다는 자신의 3단계 통일방안을 시험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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