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 통렬하게 반성" 사법부 수뇌 모두 모여 사과는 사상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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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1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조 비리와 관련해 '국민이 받았을 실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사과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1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회의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58.수감 중)씨에게서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관행(50)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법관 연루 사건에 대해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우리의 어떤 행동이 특권적 선민의식의 발로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깊이 자성해야""진정 어린 반성과 자기성찰" 등 법원 내부의 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 법원 내 위기감 반영=이 대법원장의 뒤로는 대법관 12명, 전국 법원장 26명 등 사법부의 수뇌부 전원이 배석했다. 대법원장을 포함, 사법부 고위 법관이 한자리에 모여 법조비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는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법원장들은 따로 모여 일선 법원 내 의견 등 사법부 개혁방안을 비공개로 토론했다.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6시간여의 난상토론에서 퇴임 후 일정기간 형사사건 수임금지 등 젊은 판사의 강경한 목소리도 소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 불신에 직면한 법원 내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소송 관계인의 재판불복 사태에 대한 전체 법관들의 불안도 크게 작용했다. 이 대법원장이 이날 "국민이 느끼는 사법불신의 정도가 재판 본래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대법원은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법원장 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소장 판사를 중심으로 "브로커를 만나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이 없었다는 조 전 부장판사의 주장이 부끄럽다"며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 것만이 법원의 살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법원 내부의 동요를 막고, 확실한 대국민 사과를 위해 대법원장의 직접 사과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김종문.박성우 기자<jmoo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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