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김민수·하승진 … 2m 장신 '높이 겁 안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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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번(포인트 가드)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2m대 선수로 채울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농구대표팀에서 꿈도 꾸지 못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하다. 젊은 세대가 '장신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한국 농구의 체질을 바꿔 놓을 것이다."

최부영(경희대)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의 구상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지난 10년간 숙제로만 남아 있던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것, 그리고 젊은 장신 선수를 '세대교체의 열쇠'로 키워내는 것이다.

최 감독은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18명으로 구성된 국가대표 상비군(최종 엔트리는 12명)을 운영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하기 위해서다. 최 감독은 10년 넘게 한국 농구를 주름잡았던 30대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모두 제외했다. 그리고 최연소 국가대표 김진수(17.2m5cm.미국 사우스캔트고)와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4.2m2cm.경희대)를 발탁했다. 최 감독은 "프로 중심의 대표팀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학생을 키우는 지도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높이 콤플렉스서 자신감으로=월드 바스켓볼 챌린지(WBC)에서 한국은 새로운 버전의 농구를 구사했다. 높이를 활용한 농구였다. 12일 한국과 싸웠던 안타나스 시레이카 리투아니아 감독은 "한국이 외곽슛 위주의 플레이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센터에 하승진(2m23cm.밀워키 벅스), 파워포워드에 김주성(2m5cm.동부)과 김민수, 스몰포워드에 김진수, 슈팅 가드에 방성윤(1m96cm.SK) 등 포인트 가드를 제외하면 세계 어느 팀과 맞붙어도 손색없는 높이였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은 매번 중국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높이로 무장한 중동팀들에도 밀려 아시아 4강도 버거워졌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4위에 머문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새 세대가 제자리를 잡는다면 중국과도 맞설 수 있게 된다.

◆ 세대교체의 핵심 선수들=미국에 농구 유학 중인 김진수는 올해 미국대학농구(NCAA) 토너먼트 '파이널4(4강)'에 진출한 루이지애나.플로리다.UCLA가 영입 제의를 할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는 현 미국 대표팀 감독인 마이크 시셉스키 감독의 듀크대에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최 감독은 이탈리아전에 김진수를 쉬게 하고 "미국전(15일)을 대비하라"고 했다.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김민수는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02년 한국에 와서 2004년 경희대에 입학했다. 최 감독은 "저 키에 저만한 스피드와 탄력을 가진 동양인 선수는 없다. 아직은 엉성하지만, 잘 키우면 한국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과거 장신선수들과 다른 점은 스피드가 뛰어나고 밸런스가 좋은 '2m대 슈터'라는 사실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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