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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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0년 동안 간염을·물리치기 위해 많은 의학자들이 참으로 피땀을 홀렸으나 일한 만큼 흡족한 결실은 보지 못했다. 백신의 개발로 예방에 확실하고 뚜렷한 성과를 거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본다.
또 간염과 관계 깊은 간경변의 경우 식도정맥류의 출혈에 대한 「내시경적경화요법」을 확립하고 간암의 초기진단법을 개발해 종전에는 1년 안에 거의 1백% 죽었던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을 25%로 향상시킨 것도 중요한 변화다.
그러나 뚜렷한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한 채 충분한 휴식·영양섭취에 의존하고 인터페론을 일시적인 치료약으로 쓸 뿐 근본적인 치료고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가 90년대에 희망을 거는 것은 80년대에 간염을 유발하는 약30개의 바이러스중 주종을이루는 A·B·C(비A비B)·D(델타) 바이러스를 방견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데 일단 성공을 거두였으므로 이들에 대한 진단법과 비A비B·D형 간염 등의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D형간염은 우리 나라에는 약1%정도로 유럽에 비해 극히 적은 편이나 비A비B형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이의 예방·치료에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많은 환자를 내 국가적·정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B형간염치료제의 개발에 최우선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만성간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제제가 90년대에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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