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수원시|서해안 배후로 꿈을 펼치는 서울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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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조의 효심이 빚어낸 성곽도시이자 수도 서울의 관문도시였던 수원이 이제 명실상부한 수도권 제1의 도시로 착실한 발전을 거듭하고있다.
전라·충청 등 삼남에서 서울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며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는 수원시는 이제 2000년대에 펼쳐질 서해안 시대를 배후에서 뒷받침해 줄 꿈을 하나하나 착실히 키워가고 있다.
서울의 급성장에 가려 찬란했던 옛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했던 수원시가 침체의 늪을 헤치고 행정·산업·교육 등 여러 부문에서 도약의 깃발을 힘차게 나부끼기 시작한 것이다.
시 승격 40주년, 경기도청이 22년을 맞은 수원은 정조 때 천도설이 나돈 이래 최대의 발전을 이룩할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유석보 수원시장은 『반월·시흥지구 등 서해안시대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지역들을 뒷받침 해줄 곳이 바로 수원』이라며 『이를 위한 인력과 기술을 공급할 막중한 업무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수원의 앞날을 자랑했다.
◇동수원 건설=구 시가지가 좁아 도시발전에 적지 않은 지장을 겪었던 수원은 80년 초에 이미 2000년대에 대비한 도시종합개발 계획안을 확정짓고 10개년 계획의 동수원 신시가지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3백61억원을 들여 84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으로 인계지구 등 5개 지역 5백22만4천 평방m가 토지구획정리를 마치고 깨끗한 도심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구 90만 도시로>
동수원 신시가에는 86년12월 수원시청이 옮겨온 것을 시작으로 여성회관과 적십자사 경기지사가 옮겨왔고 경기도 문화예술회관·농헙 경기도지부·토지개발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옮겨왔거나 현재 청사 신축공사를 하고 있어 수원의 중심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수원시는 90년대 중반이면 인구90만을 넘는 대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파송지구 97만7천여 평방m와 서쪽지역인 구운지구 53만1천4백58 평방m에 택지를 개발, 주민들의 주택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동수원 신시가지가 완성되면 단독주택 2만5천 가구, 아파트 3만5천 가구 등이 들어서 30만∼40만명의 인구가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전자단지=매탄동 일대 50여만평에 달하는 허허벌판에 69년 초반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삼성전자단지는 수원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 첨단산업의 일대 분수령을 이루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전자단지도 조성>
삼성그룹의 전자·전관·코닝 등 5개 계열사가 들어선 이 전자단지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산업기지로 발돋움 하고있다.
삼성을 필두로 선경·한일합섬·태평양 화학 등 국내 굴지의 첨단산업 및 섬유업체들이 정자동·조원동 일대에 들어서 서서히 공단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원공단」으로 보다는 「전자단지」로 불려지는 이 일대에는 2백30여개의 기업체가 조업하고 있으며 6만 여명의 종업원이 수원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수원발전에 큰 제약이 되는 것은 수도권 정비계획법. 이 때문에 수원에는 대규모공단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수원 상공회의소 신민복 사무국장(53)은 『수원은 도청소재지 이면서도 행정구역이 너무 좁아 대기업체 등의 유치가 사실상 곤란하므로 행정구역 확장이 시급하다』면서 『수원발전에 적지 않게 제약을 주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부분적 완하 조치도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수원은 지역 여건상 상공업 도시로 보다는 교육도시로의 발전여지가 더 많은 곳이다.
특히 80년대 이후 서울의 대학들이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서울지역의 엄청난 부동산 값 인상으로 주요 대학마다 지방 캠퍼스를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수원지역이 교육도시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대학캠퍼스 즐비>
수도권 전철망과 고속도로의 개통, 국도의 확장 등으로 수원은 서울에서 40분대의 거리로 가까워져 통학에 불편이 없어진 것이 큰 이점이었다.
기존의 서울대 농과대학과 수의대학 외에 성균관대와 경기대가 수원에 캠퍼스를 마련했고 아주대·수원대 등 종합대학도 속속 이곳에 자리했다.
또 수원시내는 아니지만 용인의 경기대·명지대·한국외국어대 캠퍼스, 그리고 중앙대 안 캠퍼스 등도 수원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어 수원은 서울에 이은 교육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밖에 수원공전·동남보건전문대·수원간호전문대 등 10여 개의 전문대까지 몰려있어 수원의 높은 교육열기를 갈 나타내주고 있다.

<문화회관 곧 완공>
◇문화시설 확충=2백45억여원을 들여 동수원 신시가지에 경기도가 건설하고 있는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은 수원의 새 자랑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에 완공되는 이 문화회관은 1만4천4백50평의 대지에 연건평만 6천6백57평으로 서울의 세종문화회관과 맞먹는 규모이며 경기지역 예술의 전당으로 손색이 없다.
이밖에 종합운동장에 국제규모의 실내체육관을 갖추었으며 62억원을 들여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건설, 스포츠 수원의 꿈도 함께 키우고 있다.
◇외곽도로망 정비=서해안개발을 뒷받침하고 충남지역과 연계시켜주는 평동선 도로는 1백6억원을 들여 확장했으며 도청과 수원시청 간 폭25m, 길이1.2㎞의 중심가 간선도로가 신설돼 동·서 수원을 바로 이어준다.
또 신갈∼지지대∼반월을 잇는 23.2㎞의 고속도로가 91년발 개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이밖에 파장동∼고삭동∼병점∼신갈인터체인지 간 33㎞의 순환도로도 올해 착공돼 95년까지 완공될 예정.
이들 도로가 완성되면 수원은 서울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떠맡게된다.
아주대 김철환 교수(경제학)는 『수원은 개발여건이 좋아 전자 등 타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개발해 간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처에 문화유적>
◇문화=효의 도시 수원, 그리고 완벽하게 보존된 성곽과 각종 문화유적이 도처에 흩어져 있는 수원은 난파합창단 등 1백여개의 문화단체가 활발한 움직을 보이는 문화 도시로도 유명하다.
수원문화원이 주관하는 「화홍 문화제」와 성곽순례·대보름 민속놀이, 1주일간 장안공원에서 열리는 「한 여름밤의 축제」는 시민들의 향토애와 결속, 정서 순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82∼83년 수원시립 교향악단과 수원시립 합창단이 창립돼 매년 6∼8회씩 정기연주회를 가지며 서울 등 순회 연주활동을 펴고있다.
심재덕 수원문화원장은 『효원의 도시 수원을 사랑하는 시민상 정립이 도시개발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수원성곽 고적보존과 수원 항궁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김영석 기자 사진="채흥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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